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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

Lady with an Ermine

레오나르도 다 빈치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1489년에서 1490년 사이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이다.

도슨트 이야기

레오나르도가 밀라노 궁정에서 일하던 시절, 그의 고용주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에게는 체칠리아 갈레라니라는 연인이 있었어요. 그림 속 여인이 바로 체칠리아입니다. 당시 그녀는 열여섯 살 안팎의 나이로 아름다움은 물론 학식과 시로도 명성이 높았어요.

그녀의 품에 안긴 하얀 동물을 주목해 보세요. 흰 족제비(담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비노 흰족제비에 가깝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흰 담비는 순결과 절제의 상징이었어요. 레오나르도 자신도 노년에 쓴 동물지에서 '담비는 하루에 한 번만 먹고, 더러운 굴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사냥꾼에게 잡히는 편을 택한다'고 기록했을 만큼 고결함의 표상이었지요.

하지만 이 동물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어요. 담비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갈레(galê)'가 체칠리아의 성(姓) '갈레라니(Gallerani)'와 발음이 닮았거든요. 르네상스 궁정에서는 이런 말장난식 상징이 크게 유행했는데, 레오나르도 역시 일찍이 '지네브라 데 벤치' 초상화에서 지네브라 주위를 이탈리아어로 '기네프로(juniper)'라 불리는 노간주나무 가지로 둘러싼 적이 있었어요.

그림이 그려지던 무렵 체칠리아는 루도비코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담비는 임신한 여성을 지켜 주는 동물로도 여겨졌어요. 이름을 숨겨 넣은 말장난, 순결의 상징, 그리고 은밀한 보호의 뜻까지 — 레오나르도는 작은 동물 한 마리에 체칠리아의 이야기 전부를 담아 두었습니다.

이렇게 보세요
  • 비틀린 몸여인은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서 얼굴은 왼쪽으로 돌려요. 멈춘 초상이 아니라 방금 무언가에 반응해 막 돌아본 듯한 한순간이죠.
  • 같은 방향품에 안긴 흰 동물도 여인과 똑같이 왼쪽으로 목을 비틀어요. 사람과 짐승이 한 곳을 함께 바라보며 시선의 흐름을 만들어요.
  • 동물의 등을 짚은 손을 보세요 — 마디의 주름, 힘줄, 손톱 하나하나까지. 어루만지듯 그린 이 손이 인물만큼이나 살아 있어요.
  • 왼쪽에서 든 빛이 이마와 콧날, 가슴을 환히 비춰요. 그녀가 시선을 던지는 그 빛의 방향에, 어쩌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서 있었을지도 몰라요.
  • 어둠 속 윤곽배경은 칠흑처럼 검어, 창백한 얼굴과 흰 털이 어둠 위로 또렷이 떠올라요. 검은 목걸이 한 줄이 그 사이를 가늘게 가르죠.

그녀가 고개 돌려 바라보는 그 왼쪽엔, 무엇이 혹은 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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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공작의 연인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489년에서 1491년 무렵, 호두나무 판에 유화로 그린 초상이에요. 크기는 54.8×40.3cm로 그리 크지 않지요. 그림 속 여인은 체칠리아 갈레라니 — 레오나르도가 모시던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일 모로')의 연인이에요. 당시 열여섯 살가량이던 그녀는 미모뿐 아니라 학식과 시로도 이름났다고 해요. 레오나르도가 남긴 단 네 점의 여성 초상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고, 나머지 셋 중 하나가 바로 《모나리자》랍니다.

비틀린 몸, 살아 있는 손

이 초상이 특별한 건 그 생생한 움직임이에요. 여인은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서 얼굴은 왼쪽을 바라보고, 품에 안긴 족제비도 같은 방향으로 목을 비틀고 있어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 '콘트라포스토'의 비틀림에는, 움직임을 향한 레오나르도의 평생의 관심이 담겨 있지요. 비스듬한 삼사분면 초상 역시 그의 혁신이었고요. 무엇보다 앞으로 내민 손 — 손톱 하나하나, 마디의 주름, 구부러진 손가락의 힘줄까지 — 을 보면, 그가 인체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봤는지 알 수 있어요.

족제비에 담긴 뜻

여인이 안은 하얀 동물은 사실 진짜 족제비라기엔 너무 커서, 흰 담비에 가까운 '상상의 동물'로 봐요. 그 안엔 여러 뜻이 겹쳐 있지요. 흰 담비는 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고 믿어져, 순결과 절제의 상징이었어요 — 레오나르도도 자신의 동물지에 그렇게 적었고요. 동시에 흰 담비는 후원자 루도비코의 개인 문장이기도 했어요(그는 1488년 '담비 기사단'에 들었지요). 게다가 그리스어로 족제비를 뜻하는 말(galê)은 그녀의 성 '갈레라니'와 소리가 통해, 이름을 빗댄 말장난이기도 해요. 그림이 그려질 무렵 체칠리아는 공작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답니다.

폴란드의 보물

본래 푸른 회색이던 배경은 18세기에 검게 덧칠됐고, 왼쪽 위 서명도 그때 더해진 것으로 보여요. 한때는 그림이 크게 덧칠·손상됐다고 여겨졌지만, 1992년 정밀 분석으로 손상은 배경에 한정됐을 뿐 인물은 매우 좋은 상태임이 밝혀졌어요. 배경에 본래 창문이 있었다는 추측도 한동안 돌았지만, 그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됐지요.

1798년 차르토리스키 공이 이탈리아에서 사들인 뒤, 이 그림은 격동의 역사를 함께 겪었어요. 1830년 봉기 때는 노년의 공작부인이 러시아군을 피해 그림을 숨겨 멀리 피신시켰고, 2차 대전 때는 나치가 압수해 폴란드 총독 한스 프랑크가 바벨성 집무실에 걸어 두기도 했지요. 다행히 1946년 폴란드로 돌아왔고, 2016년엔 폴란드 정부가 사들여 국민의 품에 안겼어요. 지금은 크라쿠프 차르토리스키 미술관이 지키는 폴란드의 국보랍니다.

관람 포인트

여인과 족제비가 함께 몸을 트는 그 한순간의 움직임을 느껴 보세요 — 멈춘 초상이 아니라 막 무언가에 반응하는 살아 있는 장면 같지요. 그녀가 왼쪽 빛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곳엔, 어쩌면 공작이 서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담비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 정교한 손 — 모나리자보다 앞서, 레오나르도가 인체를 어떻게 어루만지듯 그렸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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