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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The Umbrellas

오귀스트 르누아르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우산》(프랑스어: Les Parapluies, 영어: The Umbrellas)은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80년대에 두 단계에 걸쳐 그린 유화이다. 이 작품은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가 레인 기증품의 일부로 소유하고 있지만,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더블린 휴 레인 갤러리에서 번갈아 전시된다. 2013년 5월부터 2019년까지 6년간 더블린에서 전시되었고 현재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도슨트 이야기

빗속 파리 거리, 우산들이 하나씩 펼쳐지는 순간을 르누아르는 포착했어요. 그런데 이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오른쪽 어머니와 두 딸은 1881년 유행하던 프릴 장식 드레스 차림인데, 왼쪽 여인은 훨씬 수수한 옷에 모자도 없이 모자 상자만 들고 서 있어요.

사실 이 그림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르누아르는 1880~81년경에 인상주의 특유의 자유로운 붓질로 캔버스를 채웠다가, 1885년경에 다시 붓을 들었어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고전 미술에 매료된 뒤 앵그르와 세잔의 영향을 받아 선이 뚜렷한 고전적 양식으로 왼쪽 인물을 다시 그린 거예요. 모델은 그의 연인이자 훗날 화가가 되는 쉬잔 발라동이었습니다.

X선 촬영 결과, 원래 이 여인은 모자에 가로 프릴과 흰 레이스 커프스가 달린 중산층 복장을 하고 있었어요. 르누아르는 그녀를 노동자 계층의 '그리제트'로 바꿔 그렸고, 색채도 더 차분한 회청색으로 가라앉혔습니다. 오른쪽이 밝고 화사한 인상주의의 흔적이라면, 왼쪽은 더 단단하고 절제된 선의 세계예요.

그림 속에서 우산을 올리는 건지 내리는 건지 모를 중앙의 여인처럼, 빗줄기도 딱 시작과 끝의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 두 시대의 화풍이 한 화면에서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이 그림을, 르누아르는 한동안 세상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두 양식의 충돌이 대중에게 낯설게 보일까 걱정했던 걸까요. 결국 1892년에야 화상 폴 뒤랑-뤼엘에게 팔렸고, 이후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더블린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전시되고 있어요.

이렇게 보세요
  • 우산의 바다화면 위쪽을 둥근 우산 지붕들이 빼곡히 메워요. 기울어진 각도들이 서로 겹치며 푸른 회색의 차양 같은 천장을 이루죠.
  • 파란 색조짙은 남색과 회색이 화면 전체를 적셔요. 비 내리는 거리의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가 색만으로도 전해지지요.
  • 맨손의 여인왼쪽 여인은 우산도 모자도 없이 둥근 바구니 상자만 안고 있어요. 우산들 한가운데서 그만 홀로 비를 다 맞는 듯해 눈길이 가죠.
  • 두 가지 붓오른쪽 어머니와 두 딸은 부드럽고 화사하게 풀어졌는데, 왼쪽 여인은 윤곽이 또렷하고 단단해요. 같은 화면에 다른 손길이 겹쳐 있죠.
  • 우리를 보는 눈왼쪽 여인과 굴렁쇠를 든 소녀가 그림 밖 우리 쪽을 바라봐요. 가장자리에서 잘려 나간 사람들과 더불어 거리의 한순간을 찰칵 담은 느낌이에요.

이 두 사람의 시선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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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파리의 거리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하거나 그치려는 어느 날, 파리의 번잡한 거리에 우산들이 펼쳐졌어요.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80년대에 그린 이 그림 '우산'은,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이 오가는 한순간을 담고 있지요. 화면 오른쪽에서는 한 어머니가 곱게 차려입은 두 딸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한 아이는 굴렁쇠와 막대를 들고 있는데, 1881년 오후 산책에 어울리는 당시 유행 그대로의 차림이랍니다.

화면 왼편의 주인공 여인은 모자 가게에서 일하는 모자 직공이에요. 르누아르의 연인이자 자주 등장한 모델이었던 쉬잔 발라동이 모델을 섰지요. 그는 모자 상자를 안고 길의 진흙과 물을 피하려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는데, 정작 자신은 모자도 비옷도 우산도 갖추지 못했어요. 그 곁에서 수염을 기른 활기찬 젊은 신사가 막 그에게 말을 건네려는 듯해요. 어쩌면 자기 우산 아래 함께 들어오라 권하려는 참인지도 모르지요.

두 번에 나눠 그린 그림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비밀은, 르누아르가 이 그림을 한 번에 그리지 않았다는 데 있어요. 그는 1880년에서 1881년 무렵 그림을 시작했는데, 이때는 인상주의 특유의 느슨한 붓질과 밝고 어두운 색조를 썼지요. 그런데 1885년 무렵, 르누아르는 인상주의에 대한 애착을 잃고 이탈리아에서 본 고전 미술, 그리고 앵그르와 세잔의 작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요. 그래서 화면 일부를, 특히 왼쪽의 주인공 여인을 더 또렷하고 단단한 고전적 선과 차분한 색으로 다시 그렸답니다. 배경과 우산들 자체도 이때 더해진 거예요.

엑스선 촬영은 이 흥미로운 변화를 또렷이 보여 줘요. 처음에 이 여인은 모자를 쓰고, 가로 주름 장식이 달린 드레스에 하얀 레이스를 두른 중산층 차림이었어요. 그런데 다시 그리면서 더 소박한 옷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부르주아가 아니라 노동 계급의 여공이 된 것이지요. 국립미술관 과학자들의 안료 분석도 이를 뒷받침해요. 왼쪽 여인 드레스에서 두 겹의 층이 발견되었는데, 1881년 1차 작업의 아래층과 1886년 2차 작업의 위층이 서로 다른 안료를 쓰고 있었거든요. 한 화면에 한 화가의 변화가 고스란히 겹쳐 있는 셈이랍니다.

사진 같은 한순간

르누아르는 이 그림의 구도에 무척 공을 들였어요. 얼핏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림의 초점이 한가운데에 있지 않고 여러 인물이 마치 사진처럼 화면 가장자리에서 잘려 나가요. 우산들의 기울어진 각도는 세심하게 배치되어 기하학적 형태를 이루고, 주인공의 모자 상자와 소녀의 굴렁쇠가 둥근 요소를 더해 주지요. 색은 대체로 푸른빛과 회색이 주를 이뤄요. 화면 위쪽을 가로지르는 우산 지붕들의 무늬, 그리고 그 아래 사람들의 드레스와 외투가 그 차분한 색조로 어우러진답니다. 주인공 여인과 굴렁쇠를 든 소녀가 그림 밖 우리 쪽을 바라보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지요.

르누아르는 이 그림을 곧바로 선보이지 않았어요. 두 양식이 뒤섞인 모습이 대중에게 너무 도전적으로 보일까 염려했던 것 같아요. 결국 1892년 화상 폴 뒤랑뤼엘에게 팔았고, 그림은 휴 레인 경에게 넘어갔지요. 레인 경은 1915년 루시타니아호 침몰로 세상을 떠나며 이 작품을 유산으로 남겼는데, 런던에 둘지 더블린에 둘지를 둘러싼 사연 때문에 지금도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더블린을 번갈아 오가며 전시된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견주어 보세요. 오른쪽 어머니와 두 딸은 부드럽고 화사한 인상주의풍으로 그려졌는데, 왼쪽의 주인공 여인은 더 또렷하고 단단한 고전적 형태로 그려졌어요. 한 화가의 양식이 4~5년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가 한 화면에 담겨 있는 셈이지요. 다음으로 왼쪽 여인을 자세히 보세요. 모자도 우산도 없이 모자 상자만 안은 그 차림이, 비 오는 거리에서 그를 가장 무방비한 사람으로 만든답니다. 그리고 우산들의 기울어진 각도와 지붕이 이루는 무늬, 모자 상자와 굴렁쇠의 둥근 형태가 어떻게 화면에 짜임새를 더하는지 살펴보세요. 끝으로 그림 밖 우리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찾아보세요. 가장자리에서 잘려 나간 인물들과 더불어, 마치 거리의 한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 듯한 생생함이 거기서 비롯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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