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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

The Procession to Calvary

대 피터르 브뤼헐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The Procession to Calvary is an oil-on-panel by the Netherlandish Renaissance artist Pieter Bruegel the Elder of Christ carrying the Cross set in a large landscape, painted in 1564. It is in the Kunsthistorisches Museum in Vienna.

도슨트 이야기

1564년, 브뤼헐은 수난(受難)의 행렬을 그리면서 전혀 엉뚱한 선택을 합니다. 그리스도를 화면 한가운데 우뚝 세우는 대신, 수백 명의 군중 속에 파묻어 버린 거예요. 빨간 옷을 입은 그분은 넓디넓은 풍경 속 어딘가에 계시지만, 처음 보는 관람객은 한참을 헤매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주변은 마치 축제 같습니다. 구경꾼들은 재잘대며 서로를 밀치고, 소매치기는 혼잡한 틈을 노립니다. 두 강도는 형장으로 실려 가면서도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있고, 골고타 언덕에는 이미 십자가 두 개가 세워져 구멍까지 파여 있어요. 공개 처형은 브뤼헐 시대 플란데런에서 흔한 구경거리였고, 그는 그 풍경을 그대로 그려 냈습니다.

화면 앞쪽 바위 위에는 성모 마리아와 그 동행들이 작고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뒤편의 소란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군중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브뤼헐은 성스러운 인물들을 일부러 배경과 단절시켜, 수난이 얼마나 무심한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그림이 주는 서늘함은 거기서 옵니다. 누군가의 가장 극적인 고통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간다는 사실. 2011년 레흐 마예프스키 감독은 이 그림을 영화 '방앗간과 십자가'로 옮겨, 그 군중 속 인물들에게 이름과 이야기를 돌려줬습니다.

이렇게 보세요
  • 주인공 찾기화면 한가운데, 붉은 옷을 입은 군중 사이에서 쓰러진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먼저 찾아보세요. 너무 많은 사람에 파묻혀 한참을 헤매게 되는데, 그 헤맴이 바로 화가가 노린 효과예요.
  • 드넓은 무대인물 수백 명이 들판 가득 흩어져 있고,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 위엔 풍차가 얹혀 있어요. 성경의 사건이 거대한 풍경 속 한 점처럼 작아졌지요.
  • 앞쪽의 슬픔오른쪽 앞, 푸른 옷의 성모와 붉은 옷자락의 사람들만 따로 떼어 그려졌어요. 다른 인물보다 크고 가까이 있어, 이 무리만 진짜 슬픔에 잠긴 듯 보여요.
  • 멈춰 선 풍차솟은 바위 꼭대기의 풍차와 하늘을 가르며 도는 까마귀가, 분주한 들판 위로 묘하게 불길한 기운을 드리워요.

이 많은 사람 가운데, 무엇이 일어나는지 진짜로 보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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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에 파묻힌 그리스도

이 그림의 제목은 '갈보리로 가는 길'이에요.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그린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화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그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스도는 화면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지만, 그를 둘러싼 수백 명의 군중에 그대로 파묻혀 버렸거든요.

이렇게 가장 중요한 인물을 군중 속에 작게 묻어 버리는 방식은, 사실 매너리즘 회화가 즐겨 쓰던 장치였어요. 브뤼헐은 다른 작품 '세례자 요한의 설교'나 '바울의 회심'에서도 같은 방식을 썼지요. 1564년에 그려진 이 떡갈나무 패널화는 브뤼헐의 작품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그림이기도 해요. 부유한 안트베르펜의 수집가 니콜라스 용헬링크가 소장했던 열여섯 점의 브뤼헐 그림 중 하나로, 훗날 황제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컬렉션을 거쳐 빈으로 옮겨졌고, 한때는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파리에 가져가기도 했답니다.

16세기 플랑드르의 한복판으로 옮겨진 성경

브뤼헐의 가장 놀라운 선택은 시대를 옮겨 놓은 데 있어요. 그리스도 한 사람을 빼면, 행렬 속 인물들은 모두 16세기 당대의 옷차림을 하고 있거든요. 화가는 성경의 한 장면을 자기가 살던 바로 그 시대, 그 땅의 이야기로 끌어왔던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공개 처형은 16세기 사람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었어요. 특히 혼란스러웠던 플랑드르에서는 더욱 그랬지요. 그림 속에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릴 두 도둑이 수레에 실려 처형장으로 끌려가요. 이들은 두건을 쓴 사제에게 마지막 고해를 하는 중이고요. 당시 공개 처형은 마치 축제나 카니발 같은 분위기였대요. 브뤼헐은 죽음을 앞둔 이들의 공포와 비참함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입을 헤벌리고 구경하는 군중의 철저한 무관심을 날카롭게 포착해 냈어요. 화면 곳곳에는 그런 인파를 노리는 소매치기와 행상꾼까지 끼어 있답니다.

풍경 속의 죽음, 그리고 홀로 슬퍼하는 이들

저 멀리 골고다 언덕에는 이미 두 도둑을 매달 십자가가 세워졌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울 구덩이를 파는 모습도 보여요. '해골의 자리'라는 뜻의 그 언덕으로 사람들이 걸어서, 또 말을 타고 꾸역꾸역 몰려들지요. 그 길목의 풍경에는 시신이 아직 매달린 교수대와, 까마귀가 미처 다 먹지 못한 형체들이 들러붙은 수레바퀴까지 흩어져 있어, 죽음의 기운이 온 들판에 짙게 깔려 있어요.

오직 한 무리만이 이 소란에서 떨어져 있어요. 기절하는 성모 마리아와 그를 부축하는 사도 요한, 그리고 다른 마리아들이지요. 브뤼헐은 이 거룩한 인물들을 일부러 앞쪽의 바위 언덕 위에 따로 떼어 놓았어요. 그래서 이들은 뒤편의 거대한 사건과는 동떨어진 채, 자기들만의 슬픔을 홀로 연기하는 듯 보인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 한가운데에서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를 직접 찾아보세요. 한참을 헤매게 될 텐데, 바로 그 헤맴이 브뤼헐이 노린 효과예요. 가장 거룩한 사건조차 일상의 소란에 묻혀 버린다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인물들의 옷차림을 살펴보세요. 성경 속이 아니라 16세기 플랑드르의 옷을 입고 있답니다. 수레에 실려 가는 두 도둑과 그 곁의 사제도 찾아보세요. 브뤼헐이 두 도둑을 전혀 구별 없이 똑같이 그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마지막으로 앞쪽 바위 위, 홀로 슬퍼하는 성모 일행에게 시선을 옮겨 보세요. 다른 인물들보다 크게, 또 멀찍이 떼어 그려진 그 무리만이 이 무심한 세상에서 진짜 슬픔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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