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케 베르소 (제롬)
Pollice Ve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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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케 베르소》(라틴어: Pollice Verso, 엄지를 돌리라는 뜻)는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이 1872년에 그린 그림으로, 관객들이 승리한 검투사를 향해 제목과 같은 로마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1872년,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은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화폭에 담았어요. 승리한 검투사가 쓰러진 상대의 가슴 위에 발을 올린 채 관중석을 올려다보는 장면이에요.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 베스타 신녀들이 엄지를 아래로 내리고 있어요. 죽여라는 신호였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요. 제롬이 이 그림을 완성한 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불거졌어요. '폴리케 베르소'가 정확히 어떤 몸짓인지, 고대 기록 어디에도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엄지를 올리는 것이 죽음을 뜻했을 수도, 아니면 손안에 엄지를 숨기는 것이 살려줌을 뜻했을 수도 있어요. 제롬의 그림이 오히려 '엄지 아래=죽음'이라는 관념을 세상에 퍼뜨린 셈이었죠.
이 그림은 발표 직후 알렉산더 스튜어트가 8만 프랑이라는 당시 제롬 최고가로 구입해 뉴욕에 전시했어요. 그리고 한 세기 뒤, 영화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 그림 한 장을 보고 '글래디에이터' 제작을 결심했다고 회고했어요. '로마 제국의 영광과 잔혹함이 한 장면에 담겨 있었다'고요.
지금 이 그림은 미국 애리조나의 피닉스 미술관에 걸려 있어요. 제롬 자신도 이 작품에 깊이 빠져들었는지, 나중에 쓰러진 검투사 위에 발을 올린 승자를 대형 청동 조각으로 빚어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선보이기도 했답니다.
- 발밑의 목숨 — 화면 가운데, 승리한 검투사가 황금 투구를 쓰고 쓰러진 적의 몸을 발로 누른 채 관중석을 올려다봐요. 그 발밑에서 패자가 한쪽 팔을 들어 손가락을 펴 보이며 목숨을 구걸하지요.
- 내려진 엄지들 — 오른쪽 관중석을 보세요. 사람들이 난간 너머로 몸을 내밀고 일제히 엄지를 아래로 내리고 있어요. 그 수많은 손짓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죽음을 외치는 셈이지요.
- 흰옷의 여인들 — 관중 가운데 새하얀 옷을 두른 여인들이 누구보다 열을 올려 죽음을 청하는 듯해요. 순결을 지켜야 할 베스타 여사제들이라는데, 그 모순이 이 장면을 한층 서늘하게 만들지요.
- 고고학자의 눈 — 콜로세움의 돌계단, 드리운 깃발과 융단, 검투사의 갑옷 하나하나가 유물처럼 정교해요. 그 사실 같은 세부가 잔혹한 구경거리를 더 또렷하게 실감 나게 한답니다.
- 모래 위의 핏자국 — 쓰러진 검투사 곁 모래판에 그가 쓰던 그물과 삼지창, 그리고 번진 핏자국이 흩어져 있어요. 방금 끝난 격투의 흔적이 바닥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요.
당신의 눈은 발밑의 패자에게 먼저 갔나요, 아니면 엄지를 내리는 관중에게 먼저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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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 하나에 걸린 목숨
로마 콜로세움의 모래판 위, 승리한 검투사가 쓰러진 적을 발밑에 두고 관중석을 올려다봐요. 라틴어로 '폴리케 베르소(Pollice Verso)', 곧 '뒤집힌 엄지'라는 제목 그대로, 관중들은 일제히 엄지를 아래로 내리고 있지요. 그 손짓 하나에 패배한 검투사의 생사가 걸려 있어요. 1872년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이 그린 이 그림에서, 승리한 검투사는 무르밀로(murmillo) 유형이고, 바닥에 쓰러져 두 손가락을 들어 자비를 구걸하는 이는 그물을 쓰던 레티아리우스(retiarius)랍니다.
관중석에는 황제도 자기 자리에 앉아 있고, 무엇보다 순결을 지켜야 할 베스타 여사제들이 함께 자리해 죽음을 외치고 있어요. 제롬은 이 여사제들의 모습을, 경기장의 살육을 못마땅해했던 고대 기독교 작가 프루덴티우스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여요. '생명을 주는 순결과 피 없는 경건의 화신'이어야 할 여사제가, 정작 검투사가 적의 목을 찌를 때마다 그를 '내 귀염둥이'라 부르며 엄지를 까딱여 마지막 일격을 명한다는, 그 서늘한 모순을 화폭에 옮긴 것이지요.
고고학자의 붓, 그리고 풀리지 않은 논쟁
제롬은 무대 장치 하나하나를 학자처럼 꼼꼼히 재현했어요. 콜로세움의 건축은 정확한 도면을 바탕으로 그렸고, 검투사들의 갑옷은 폼페이에서 발굴된 실물의 형태를 따랐지요. 다만 무르밀로의 갑옷에는 약간의 부정확함이 섞여 있다고 해요. 이 정교한 사실주의가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군중의 광기를 더 또렷하게 드러낸답니다.
그런데 정작 그림의 핵심인 '엄지를 내리는' 손짓을 두고는 거센 논쟁이 일었어요. 발표되자마자 이 동작이 과연 역사적으로 맞느냐는 시비가 붙었고, 1879년에는 찬반 증거를 모은 26쪽짜리 소책자까지 나왔지요. 사실 '폴리케 베르소'라는 말이 정확히 어떤 몸짓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어요. 엄지를 위로 올렸는지, 아래로 내렸는지, 옆으로 뉘었는지, 아니면 손안에 감췄는지조차 불분명하답니다. 오히려 '엄지를 올리면 살리고 내리면 죽인다'는 오늘날의 통념을 널리 퍼뜨린 것이 바로 이 그림이었어요. 그러니까 제롬의 상상이 어느새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된 셈이지요.
영화가 된 그림
이 한 장면은 화폭을 넘어 은막으로까지 뻗어 나갔어요. 무성영화 시절부터 고대 세계를 화면에 옮기려던 영화인들이 제롬의 그림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거든요. 특히 2000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은, 대본을 읽기도 전에 제작진이 보여 준 이 그림 한 장에 사로잡혔다고 해요. '그 이미지가 영광과 사악함이 뒤섞인 로마 제국 전체를 내게 말해 주었고, 그 자리에서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회고했지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황제 코모두스가 주인공 막시무스를 살리려 엄지를 치켜드는 장면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거예요.
제롬은 삼십 대에 조각에도 손을 댔는데, 첫 작품이 바로 이 그림을 본떠 쓰러진 적을 밟고 선 검투사의 청동상이었답니다. 그림을 산 사람은 미국의 사업가 알렉산더 터니 스튜어트로, 8만 프랑이라는 당시 제롬의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사들였지요. 지금은 미국 애리조나의 피닉스 미술관에 걸려 있어요.
관람 포인트
먼저 승리한 검투사의 발밑을 보세요. 쓰러진 자가 두 손가락을 들어 목숨을 비는 그 절박한 손짓과, 관중석에서 일제히 아래로 향한 수많은 엄지가 어떻게 대비되는지 느껴 보는 거예요. 다음으로 관중석의 베스타 여사제들에게 눈을 돌려 보세요. 순결의 화신이어야 할 그들이 누구보다 열렬히 죽음을 외치는 그 모순이, 이 그림의 가장 서늘한 대목이랍니다. 갑옷과 건축의 세부도 눈여겨보세요. 폼페이 유물과 정확한 도면에서 옮겨 온 그 정교함이, 잔혹한 구경거리를 더없이 사실처럼 만든다는 점을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익히 아는 '엄지 아래로는 죽음'이라는 통념이 실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바로 이 그림이 만들어 낸 상상이었음을 떠올려 보세요. 한 화가의 붓끝이 어떻게 온 세상의 상식을 빚어냈는지, 그 힘을 가늠해 보는 거예요.

이를 살피는 손, 동방을 볼거리로 만든 논쟁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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