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마네)
The Railway
- 분류
- Paintings
- 지역
- 서양
- 라이선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기찻길》(프랑스어: Le Chemin de fer, 영어: The Railway) 또는 《생라자르역》(프랑스어: Gare Saint-Lazare)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가 1873년에 그린 그림이다. 마네가 애정하던 모델이자 동료 화가였던 빅토린 뫼랑을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으로, 그녀는 이전에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등 여러 작품에서 모델을 맡았다. 이 그림은 1874년 파리 살롱에 출품되었고, 1956년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기증되었다.
1873년, 에두아르 마네는 파리 생라자르 역 근처의 철 울타리 앞에서 두 여인을 그렸어요. 왼쪽에 앉은 여인은 책을 읽다가 막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는 중이고, 오른쪽의 어린 소녀는 등을 돌린 채 울타리 너머로 기차가 지나간 자리의 하얀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어요.
앉은 여인은 빅토린 뫼랑이에요. 마네의 오랜 모델로, 이미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에서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했던 바로 그 인물이에요. 이 그림은 마네가 빅토린을 모델로 삼은 마지막 작품이었어요. 무릎에는 졸고 있는 강아지, 부채,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리를 끼워 든 책이 놓여 있어요. 소녀는 마네의 이웃 알퐁스 이르슈의 딸이에요.
1874년 파리 살롱에 출품됐을 때 반응은 냉담했어요. 비평가들은 주제가 모호하고 구성이 어색하다며 혹평했고, 풍자만화가들은 이 그림을 조롱했어요. 기차는 보이지 않고 연기만 남아 있는 것도, 두 인물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도 낯설게 느껴졌을 거예요.
하지만 바로 그 어색함이 이 그림의 핵심이에요. 비평가 T.J. 클라크가 썼듯, 빅토린은 사실 아직 소설의 꿈속에 머물러 있어요. 수증기는 잠깐 걷히고, 독서는 곧 다시 이어질 거예요. 마네는 근대 파리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기름 물감으로 영원하게 붙잡아 두었습니다.
- 어긋난 두 시선 — 짙은 파란 드레스의 여인은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곁의 소녀는 등을 돌려 철책 너머만 내다봐요. 한 화면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죠.
- 쇠 철책 — 화면 전체를 세로로 가르는 검은 철책이 두 사람을 앞쪽 좁은 공간에 가둬요. 풍경 대신 이 철 격자가 배경 노릇을 하죠.
- 증기뿐인 기차 — 정작 기차는 어디에도 안 보이고, 철책 너머 피어오른 흰 연기만 자욱해요. 보이지 않는 기차를 그 연기 하나로 짐작하게 만들죠.
- 작은 메아리 — 소녀 머리의 검은 리본과 여인 목의 검은 띠가 슬며시 호응해요. 색의 작은 울림으로 어긋난 두 사람을 조용히 묶어 두었죠.
- 펼친 책과 강아지 — 여인 무릎엔 잠든 강아지와 펼친 책이 놓였고, 손가락은 책장 사이에 끼워져 있어요. 우리가 빼앗은 그 시선이 끝나면 곧 책으로 돌아갈 듯하죠.
두 사람 중 누구의 눈길에 당신의 시선이 먼저 닿았나요?
도슨트 심화더 깊이 보기 ↓접기 ↑
어긋난 두 시선
철길 난간 앞에 한 여인이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짙은 파란 드레스에 흰 장식을 더하고 어두운 모자를 쓴 그는, 무릎 위에 잠든 강아지와 부채, 펼친 책을 둔 채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지요. 그 곁의 어린 소녀는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큰 파란 리본을 단 흰 드레스를 입고 철책 사이로 지나가는 기차를 내다봐요. 한 사람은 이쪽을, 다른 한 사람은 저쪽을 보는 어긋난 두 시선이 묘한 거리감을 자아낸답니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을 잇는 작은 메아리예요. 소녀의 머리에 두른 검은 띠가, 여인의 목에 두른 검은 띠와 슬며시 호응하지요. 마네는 이렇게 색과 형태의 작은 울림으로 두 인물을 조용히 묶어 두었답니다.
빅토린 뫼랑, 마지막으로
앉아 있는 여인의 모델은 빅토린 뫼랑이에요. 그 자신도 화가였던 그는 마네가 가장 아끼던 모델이었지요.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바로 그 얼굴이랍니다. 그런데 1873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마네가 뫼랑을 모델로 삼은 마지막 작품이기도 해요. 화가와 모델로서 오래 함께한 두 사람의 인연이, 이 화면에서 마지막으로 매듭지어진 셈이지요.
곁에 선 어린 소녀는 마네의 이웃 알퐁스 이르슈의 딸을 모델로 삼았어요. 어른 여인과 어린 소녀, 차분한 파랑과 환한 하양이 서로 대비를 이루며 화면에 긴장을 더한답니다.
자연 대신 철책을
야외 장면이라면 으레 자연 풍경을 배경에 두기 마련인데, 마네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 대신 화면을 가로지르는 쇠 철책을 골랐지요. 파리 생라자르역 근처의 그 철책이 두 인물을 앞쪽 좁은 공간에 가두고, 배경과 단호하게 갈라놓아요. 깊은 공간을 그려 내던 전통적인 관습을 마네는 보란 듯이 무시한 셈이에요.
기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오직 자욱하게 피어오른 흰 증기만이 기차가 지나갔음을 일러 주지요. 배경에는 근대식 아파트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중에는 1872년 7월부터 마네가 작업실을 빌려 쓰던 생페테르부르 거리의 집도 보인답니다. 신호소와 유럽교까지, 화면은 근대 도시 파리의 한복판을 담고 있어요.
비웃음에서 근대의 상징으로
이 그림이 1874년 파리 살롱에 처음 내걸렸을 때, 반응은 차가웠어요. 관람객과 평론가들은 주제가 어리둥절하고 구성이 엉성하며 마무리가 거칠다고 여겼지요. 풍자화가들은 마네의 그림을 조롱거리로 삼았고, 이 작품이 오늘날과 같은 근대의 상징임을 알아본 이는 몇 되지 않았답니다.
그 뒤 이 그림은 여러 손을 거쳤어요. 화가 사후 한참 지나 미국으로 건너갔고, 1956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에 기증되어 지금에 이르렀지요. 한때 비웃음을 사던 그림이, 이제는 근대 회화의 한 이정표로 사랑받고 있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두 인물의 시선이 어긋나는 지점을 의식해 보세요. 여인은 우리를, 소녀는 기차를 바라보며 등진 그 어긋남이, 한 화면 안에 묘한 거리감을 빚어낸답니다. 그다음 화면을 가로지르는 쇠 철책을 따라가 보세요. 이 철책이 어떻게 앞쪽 공간을 좁게 압축하며 배경과 갈라놓는지 느껴 보는 거예요. 기차를 찾지 말고, 그 대신 자욱한 흰 증기를 바라보세요. 보이지 않는 기차의 존재가 오직 그 증기로만 암시된다는 점이, 이 그림의 영리한 대목이랍니다. 여인의 무릎 위 펼친 책에 끼운 손가락도 눈여겨보세요. 우리가 잠시 시선을 빼앗은 그 순간이 지나면, 그는 곧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소녀의 머리 리본과 여인의 목에 두른 검은 띠가 어떻게 서로 메아리치는지 견주어 보세요. 그 작은 울림이 어긋난 두 사람을 조용히 이어 준답니다.

1863년 낙선전의 스캔들 — 나체보다 더 충격적인 건 그 직접적인 눈빛이었다
이어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