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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

Christ Carrying the Cross

히에로니무스 보스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Christ Carrying the Cross is a painting attributed to a follower of Hieronymus Bosch. It was painted in the early 16th century, presumably between 1510 and 1535. The work is housed in the Museum of Fine Arts in Ghent, Belgium. Various aspects of the painting have been a source of scholarly debate. The painting is notable for its use of caricature to provide grotesque-looking faces surrounding Jesus and is an expression of Bosch's pessimistic views. It exhibits Christian imagery and symbolism, deriving its core elements from the Bible.

도슨트 이야기

화면 가득 얼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요. 분노에 일그러진 눈, 조소하는 입, 뒤틀린 코 — 총 열여덟 개의 초상이 어두운 배경 위에 짓눌릴 듯 모여 있고, 그 한가운데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의 눈은 감겨 있습니다. 주변의 소란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 듯이요.

이 그림은 헨트의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으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양식을 따른 작가가 16세기 초에 그렸다고 전해져요. 보스 본인의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 왔는데, 2015년 보스 연구·보존 프로젝트는 보스 사후에 그의 화풍을 따른 후계자의 작품으로 결론 내렸어요.

화면의 구성은 극도로 좁게 압축돼 있어요. 신체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얼굴과 손만이 감정의 원천으로 남아요. 왼쪽 아래에는 베로니카 성녀가 그리스도의 얼굴이 새겨진 수건을 들고 있고, 그 위에서도 그리스도의 모습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어요. 오른쪽 아래의 뉘우치지 않는 도둑은 비웃고, 오른쪽 위의 뉘우치는 도둑은 수도사에게 고해를 받고 있지요.

보스가 즐겨 그린 괴기스러운 얼굴들은 죄를 구체화한 군중이에요.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침묵은 오히려 더 강렬하게 울립니다. 이 그림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해요. 과연 우리의 얼굴은 어느 쪽을 닮아 있을까요?

이렇게 보세요
  • 얼굴들의 바다화면 가득 일그러진 얼굴이 빼곡히 들어차 빈 곳이 없어요. 몸은 어두운 배경에 녹아 사라지고, 오직 얼굴과 손만 떠올라 보이죠.
  • 고요한 한가운데한복판에 그리스도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거의 투명하게 흐려져 어둠 속으로 사라질 듯한데, 그 옅음이 도리어 성스러움을 만들죠.
  • 조롱하는 표정둘러싼 얼굴들은 입을 비틀고 이를 드러내며 비웃어요. 화가는 감정을 오로지 이 과장된 표정 하나하나에 몰아넣었죠.
  • 또 하나의 얼굴왼쪽 아래, 한 여인이 든 흰 수건 위에 그리스도의 얼굴이 또렷이 새겨져 있어요. 그 얼굴 역시 눈을 감은 채 슬픔에 잠겨 있죠.
  • 비스듬한 십자가왼쪽 위에서 굵은 십자가 기둥이 비스듬히 화면을 가로질러요. 그 대각선이 빽빽한 얼굴들 사이에 질서를 잡아 주죠.

이 많은 얼굴 가운데 당신의 눈은 어느 표정에 가장 먼저 멈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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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이름 뒤에 남은 수수께끼

이 그림 앞에 서면 먼저 그 이름값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오랫동안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으로 불려 왔지만, 학계에서는 작가가 누구인지를 두고 한 세기 넘게 논쟁을 이어 왔답니다. 벨기에 헨트 미술관이 1902년에 사들였고, 1956년에서 1957년 사이에 한 차례 복원을 거쳤지요. 보스 관련 작품이 대개 그렇듯 제작 연도조차 분명하지 않아, 대략 1510년에서 1535년 사이로 보는 견해가 많아요.

2001년 로테르담 전시 도록은 이 작품을 '추종자'의 손으로 돌렸고, 2015년에는 보스를 오래 연구해 온 한 조사팀이 적외선 촬영을 근거로 보스 본인이 아니라 그의 양식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그렸다고 결론지었어요.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1956년 복원 때 나무 테가 덧대어져 본래 가장자리를 알 길이 없다며 반박했답니다. 진위가 어떻든, 이 음울하고 강렬한 화면이 보스의 정신을 담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요.

얼굴과 손만 남은 어둠

이 그림의 가장 놀라운 점은 '몸'이 거의 사라졌다는 거예요. 검정과 붉은 기운이 도는 어두운 배경 속으로 인물들의 몸은 녹아들어 보이지 않고, 오직 얼굴과 손만이 떠올라요. 화가가 감정을 오로지 표정에 집어넣은 셈이지요. 화면을 메운 머리는 모두 열여덟, 베로니카의 수건 위 그리스도 얼굴까지 더하면 열아홉입니다.

주위를 둘러싼 얼굴들은 하나같이 일그러지고 추악해요. 어떤 이들은 이 과장된 왜곡을 거의 추상에 가까운 표현이라고까지 평한답니다. 출처를 두고도 의견이 갈려요. 어떤 학자는 얼굴 왜곡을 실험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소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다른 학자는 박해자를 짐승처럼 그려 온 독일과 네덜란드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요. 이 작품은 보스가 반신상으로 수난 장면을 풀어낸 연작의 마지막인데, 그 출발점이 바로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였답니다.

두 대각선이 가르는 선과 악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물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진 듯하면서도 정교한 짜임 속에 놓여 있어요. 두 개의 대각선이 이 그림을 떠받치고 있거든요. 하나는 십자가가 그리는 선이고, 다른 하나는 왼쪽 아래 성 베로니카와 오른쪽 위 회개하지 않은 도둑을 잇는 선이에요. 그리스도는 바로 이 두 대각선이 교차하는 자리에 놓여 있지요.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끝내 뉘우치지 않은 도둑이 자신을 조롱하는 세 사람에게 도리어 비웃음을 보내고 있어요. 오른쪽 위에는 회개한 도둑이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로 끔찍하게 추한 수도사에게 고해를 하고 있고요. 왼쪽 아래에는 베로니카가 그리스도 얼굴이 새겨진 수건을 들고 있으며, 왼쪽 위에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고개를 들고 있답니다. 추악한 군중은 그리스도가 목숨을 바쳐 짊어지려는 인간의 죄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이고, 눈을 감고 고요히 고개를 숙인 그리스도의 얼굴은 그 모든 죄를 홀로 끌어안은 자의 고독을 보여 주지요.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 한가운데, 눈을 감은 그리스도의 얼굴에 시선을 두어 보세요. 거의 투명하게 그려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릴 듯한데, 이 옅음이 바로 화가가 노린 효과랍니다. 그다음 그 얼굴을 둘러싼 추한 얼굴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세요. 입을 비틀고 이를 드러낸 표정과, 그 한가운데 평온한 그리스도의 대비가 이 그림의 핵심이에요.

이제 네 귀퉁이로 시선을 옮겨 보세요. 왼쪽 아래 수건 위에 또 하나의 그리스도 얼굴이 떠 있고, 그 역시 눈을 감은 채 슬픔에 잠겨 있어요. 오른쪽 아래 비웃는 도둑과 오른쪽 위 창백하게 회개하는 도둑을 비교해 보면, 같은 처지의 두 사람이 정반대의 길로 갈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마지막으로 멀찍이서 화면 전체를 다시 보며, 몸은 어둠에 묻히고 얼굴과 손만 떠오르는 이 기이한 화면이 주는 압박감을 느껴 보세요. 인간 본성을 어둡게 응시한 시선이 거기 담겨 있어요.

다음 이야기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히에로니무스 보스

지옥 패널 누군가의 엉덩이에 악보가 새겨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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