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 분류
- Paintings
- 지역
- 서양
- 라이선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영어: Girl with a Pearl Earring, 네덜란드어: Meisje met de parel)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1665년경에 그린 유화 작품이다. 수세기에 걸쳐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20세기 말에 이르러 그림 속 소녀가 착용한 귀고리를 따서 현재의 제목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1902년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소장품으로 보관되어 왔으며, 다양한 문학 및 영화 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캔버스에 고개를 돌린 순간, 시선이 마주칩니다. 입술은 금방이라도 말을 꺼낼 것처럼 살짝 벌어져 있고, 귀 옆에서 진주 하나가 빛을 머금고 매달려 있어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주문을 받아 그린 초상화가 아니라, 네덜란드 화가들이 '트로니(tronie)'라 부르던 상상의 얼굴이거든요. 실제 인물이든, 머릿속에서 빚어낸 유형이든, 페르메이르는 끝내 답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이 그림은 '터번을 쓴 소녀'로 불렸어요. 1881년 헤이그의 경매에서 단 두 길더 남짓에 팔렸는데, 그때는 물감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갈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1994년 복원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어요. 어둡고 얼룩진 배경이 원래는 깊고 유약 같은 초록빛이었고, 그 귀고리도 천문물리학자의 눈에는 진주가 아닌 연마된 주석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복원 연구팀은 한 가지 더 발견했어요. 그 '진주'에는 귀에 걸 고리도, 외곽선도 없습니다. 그저 빛의 착각으로 존재하는 셈이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부릅니다. 화가의 딸이라는 추측도, 후원자의 딸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느 하나 확인된 것은 없어요. 이름 없는 얼굴이기에 누구라도 그 시선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되는 것인지 모릅니다.
- 돌아보는 찰나 — 소녀가 어깨 너머로 막 고개를 돌린 순간이에요. 이름도 이야기도 없이, 마주친 눈빛 하나로 그림이 성립하죠 — 특정 인물의 초상이 아닌 '트로니'(인물 습작)랍니다.
- 진주 — 귀고리의 진주는 사실 흰 물감 두어 점이에요. 위쪽엔 창문 빛, 아래쪽엔 흰 깃의 반사 — 점 두 개로 둥근 보석을 빚어냈죠.
- 입술 —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그 끝의 작은 흰 점이 촉촉함을 만들어요. 막 무언가 말을 건네려는 듯하죠.
- 어둠 — 배경이 텅 빈 검정이라 얼굴이 빛 속으로 떠올라요. 원래는 깊은 초록이었던 것이 세월에 어두워진 거예요.
이 소녀는 당신에게 다가오는 중일까요, 멀어지는 중일까요?
도슨트 심화더 깊이 보기 ↓접기 ↑
초상화가 아닌 '트로니'
이 그림은 누군가의 초상화가 아니에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트로니(tronie)'라 부르던, 특정 인물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인상 자체를 담은 '얼굴 습작'이지요. 그래서 소녀가 누구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어요. 실존 인물인지 상상인지, 혹은 무녀나 성서 속 인물인지조차요. 페르메이르는 이국적인 옷과 동방풍 터번, 그리고 커다란 진주 귀고리를 씌워 1665년경 이 얼굴을 그렸어요. 캔버스에 유화, 44.5×39cm의 작은 그림이고, 'IVMeer'라 서명했지만 날짜는 적지 않았지요.
여러 이름을 거쳐 온 그림
사실 이 그림은 수백 년 동안 여러 이름으로 불렸어요. 페르메이르가 죽을 때의 목록엔 '터키풍으로 그린 얼굴'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이고, 한동안은 그저 《소녀의 머리》나 《터번을 쓴 소녀》로 통했지요. 지금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이름이 자리 잡은 건 20세기 말, 1995년 무렵의 일이에요. 진주는 페르메이르가 무척 아끼던 소재여서, 그의 그림 스물한 점에 등장한답니다. 그만큼 사랑받은 그림이라, 2차 대전 땐 나치 점령을 피해 마우리츠하위스 지하 방공호와 마스트리흐트 인근 동굴에 숨겨지기도 했지요.
사라진 초록 휘장, 되살아난 눈빛
지금 보는 어두운 배경은 원래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1994년 복원 때, 본래 배경이 에나멜처럼 깊은 초록빛이었음이 밝혀졌지요. 검은 바탕 위에 인디고와 웰드로 만든 초록 유약을 얇게 발랐는데, 그 유기 안료가 세월에 바래 지금의 거뭇한 색이 된 거예요. 소녀의 얼굴과 옷에는 당시 금만큼 값지던 천연 울트라마린까지 쓰였으니, 이 작은 그림 한 점에 페르메이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짐작이 가지요.
2018년에는 '스포트라이트 속의 소녀'라는 연구로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어요. 보이지 않던 속눈썹과, 소녀 뒤의 초록 휘장이 발견된 거예요. 눈썹도 배경도 없어 '추상적인 얼굴'이라 여겨졌던 소녀가, 사실은 실제 공간 속 실제 사람으로 그려졌다는 뜻이지요.
진주라는 환영
정작 그 유명한 진주는, 자세히 보면 윤곽선도 없고 귀에 걸린 고리도 없어요. 흰 물감 몇 번의 붓질이 빛을 머금어 진주처럼 '보이는' 환영일 뿐이지요. 어떤 학자는 크기와 형태로 보아 진주가 아니라 광을 낸 주석일지 모른다고도 해요. 무엇이든, 어두운 배경 속에서 안에서부터 빛나는 듯한 그 한 점이 이 그림의 심장이에요. 1999년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이 소녀를 주인공 삼은 소설을 썼고, 그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지요.
관람 포인트
소녀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정확히 우리와 눈을 맞추는 그 찰나를 느껴 보세요. 살짝 벌어진 입술, 촉촉한 눈빛이 마치 방금 이름을 불린 사람 같지요. 그리고 진주에 머무는 빛 — 윤곽 없는 흰 붓질 두어 번이 어떻게 보석이 되는지 가까이서 확인해 보세요. 1881년 단돈 두 길더 남짓에 낡은 상태로 팔렸던 이 그림은, 1902년부터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를 지키며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사랑받고 있답니다.

X선이 드러낸 지워진 바구니, 그리고 유일하게 흐르는 우유 줄기
이어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