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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네프르강의 달밤

Moonlit Night on the Dnieper

아르힙 쿠인지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드네프르강의 달밤》(러시아어: Лунная ночь на Днепре, 영어: Moonlit Night on the Dnieper) 또는 《드니프로강의 달밤》(영어: Moonlit Night on the Dnipro)은 우크라이나의 화가 아르힙 쿠인지가 1880년에 그린 유화 작품이다.

도슨트 이야기

188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장려협회 전시장. 쿠인지는 이 그림을 전시하면서 창문 커튼을 내리고 인공조명 하나를 캔버스 정면에 집중시켰어요. 그리고 그림은 딱 하나만 걸었습니다. 작은 캔버스, 그냥 강변 풍경 하나.

하지만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렸고, 입장은 혼잡을 피하기 위해 조를 나눠 진행해야 했어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선 뒤 캔버스 뒤편을 살펴보려 했습니다. 달빛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그림 뒤에 전등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쿠인지는 작업 중에도 매주 일요일 두 시간씩 작업실을 공개했어요. 투르게네프, 화학자 멘델레예프, 시인 폴론스키 같은 이들이 미완성 상태의 그림을 보러 찾아왔습니다.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그림은 대공 콘스탄틴 콘스탄티노비치에게 팔렸을 만큼 기대가 컸어요.

화면의 대부분은 하늘이에요. 수평선을 낮게 잡아 드네프르강 수면과 둑이 아래쪽에 좁게 자리하고, 그 위로 달빛 가득한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달이 강물에 반사되는 그 빛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림인지 창문인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림 뒤에 전등이 있다'는 의심은 그림이 얼마나 진짜 같았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반응이었을 거예요.

이렇게 보세요
  • 은빛 길화면 거의 전체가 캄캄한 가운데, 강물 위로 달빛이 한 줄기 연둣빛 길을 내며 부서져요. 그 빛만이 어둠을 가르며 화면 안쪽으로 뻗어 가지요.
  • 작은 달하늘 위쪽, 구름이 갈라진 틈으로 환한 달 하나가 빠끔 떠 있어요. 크지 않은데도 화면에서 가장 밝아, 모든 빛의 근원임을 알려 주지요.
  • 낮은 지평선강과 땅은 화면 아래 한 줄에 눌려 있고, 나머지는 온통 밤하늘과 어둠 차지예요. 그 광활한 어둠이 달빛 한 줄기를 더없이 귀하게 만들어요.
  • 어둠 속 흔적강가 어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집과 울타리, 흐릿한 지붕들이 겨우 모습을 드러내요.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마을이 잠들어 있지요.
  • 극단의 명암가장 밝은 물길과 가장 어두운 하늘이 한 화면에서 맞붙어요. 그 강렬한 대비가 물감으로 그린 빛을 진짜처럼 살아나게 하지요.

정말 이 빛이 물감만으로 그려진 걸까요, 아니면 그림 뒤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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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점만 걸린 전시

1880년, 러시아 화가 아르힙 쿠인지는 그해 여름과 가을에 걸쳐 한 점의 그림에 매달렸어요. 캄캄한 밤, 드네프르강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그 달빛이 강물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풍경이었지요. 그는 작업하는 동안 매주 일요일 두 시간씩 작업실을 대중에게 열어 두었어요. 그림이 완성되기도 전에 작품을 보고 싶어 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던 거예요.

투르게네프, 폴론스키, 크람스코이, 그리고 화학자 멘델레예프 같은 친구들이 작업실을 찾아왔어요. 완성을 기다리지 못한 콘스탄틴 콘스탄티노비치 대공은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작업실에서 그림을 사 갔지요.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술 장려 협회 전시관에 내걸렸을 때, 놀랍게도 그 넓은 전시장에는 오직 이 그림 한 점만 걸려 있었답니다. 크지도 않은 평범한 풍경화 한 점을 위한, 전례 없는 단독 전시였어요.

빛을 다루는 마술사

쿠인지는 빛을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이 그림에서는 그 솜씨를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어요. 그림은 벽에 걸렸고, 창문의 커튼은 모두 내려 바깥빛을 차단했지요. 그리고 인공 조명 하나가 오직 이 그림에만 집중되도록 했어요. 어둠 속에서 화면의 달빛만이 홀로 빛나도록 무대를 꾸민 셈이에요.

그 효과는 놀라웠어요. 화면 구성 자체도 한몫했지요. 지평선이 한껏 낮게 내려가 있어, 화면의 아주 큰 부분을 하늘이 차지해요. 그 광활한 어둠 위로 달이 떠오르고, 강물이 그 빛을 받아 한 줄기 은빛 길을 내지요. 작고 소박한 풍경화 한 점이, 마치 진짜 빛이 새어 나오는 창처럼 느껴졌던 거예요.

등불을 찾던 사람들

전시가 열리자 거리에는 그림을 보려는 긴 줄이 늘어섰어요.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 사고가 날까 봐, 관람객을 무리 지어 차례차례 들여보내야 할 정도였지요. 단 한 점의 풍경화가 이토록 사람들을 끌어모은 건 그 자체로 진풍경이었어요.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따로 있어요. 어떤 관람객들은 달빛이 너무도 생생한 나머지, 그림 뒤에 등불이 숨겨져 있어 뒤에서 화면을 비추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대요. 그래서 전시 내내 그 빛의 정체를 찾아내려 했다지요. 물감만으로 그려진 달빛을, 사람들은 도무지 진짜 빛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여긴 거예요. 쿠인지가 빛을 얼마나 실감 나게 붙들었는지를 이보다 잘 보여 주는 이야기도 없을 거예요.

관람 포인트

먼저 강물 위 달빛이 낸 은빛 길을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그 한 줄기 빛이 어떻게 어둠 한가운데를 가르며 화면 깊숙이 뻗어 가는지 느껴 보는 거예요. 다음으로 지평선의 위치를 가늠해 보세요. 선이 한껏 아래로 내려가 있어, 화면의 대부분을 하늘과 어둠이 차지하고 있지요? 그 광활함이 달빛 한 줄기를 더없이 귀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그리고 화면에서 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을 번갈아 보세요. 그 강렬한 명암의 대비가 빛을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옛사람들이 그랬듯 잠시 의심해 보세요. 정말 이 빛이 물감만으로 그려진 걸까, 하고요. 그 의심이 들 만큼 생생한 빛이야말로 쿠인지가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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