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stà
← 소장품으로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Carnation, Lily, Lily and Rose

존 싱어 사전트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Carnation, Lily, Lily, Rose)는 미국인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1885-6년경 제작한 캔버스 유화다.

도슨트 이야기

1885년 여름, 존 싱어 사전트는 잉글랜드 코츠월즈의 브로드웨이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해 9월 어느 저녁, 템스 강에서 배를 타다 나무 사이에 매달린 등불들이 백합과 어우러진 장면을 보고 깊이 사로잡혔어요. 그는 그 빛을 캔버스에 옮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림의 두 주인공은 삽화가 프레더릭 바너드의 딸들, 열한 살 돌리와 일곱 살 폴리입니다. 아이들은 흰 옷을 입고 장미가 흐드러진 정원에서 종이 등불에 불을 붙이는 중이에요. 사전트가 포착하고 싶었던 건 낮이 저녁으로 바뀌는 그 정확한 순간의 빛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오후, 빛이 완벽해지는 몇 분 동안만 붓을 들었어요. 1885년 9월부터 11월까지, 그리고 이듬해 여름 다시 브로드웨이로 돌아와 1886년 10월에야 완성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정원 꽃이 시들자, 조화로 교체해가며 계속 그렸지요. 긴 시간 공들인 끝에 그림 전체는 은은한 보랏빛 저녁 기운으로 물들었어요.

1887년 왕립 아카데미 여름 전시에서 일부는 그의 '프랑스식' 기법을 지적했지만, 왕립 아카데미 총재 프레더릭 레이턴 경은 테이트 갤러리에 구입을 권유했습니다. 이 작품은 공공 미술관이 사전트의 그림을 처음 소장한 사례가 되었고, 지금도 테이트 브리튼에 걸려 있어요. 매일 몇 분씩, 두 계절에 걸쳐 쌓아 올린 빛이 아직도 그 캔버스 안에서 깜박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세요
  • 켜지는 등불두 소녀가 종이 등불에 막 불을 밝히는 참이에요. 어스름 속에서 등불의 주황빛만이 따스하게 피어올라 아이들의 흰옷을 물들이죠.
  • 저무는 빛화면 전체에 푸르스름한 저녁 기운이 감돌아요. 해 질 녘 단 몇 분의 빛을 붙든 듯, 어디에도 환한 한낮은 없죠.
  • 지평선이 없다아무리 둘러봐도 하늘이나 먼 경치가 보이지 않아요. 백합과 장미, 잎사귀가 화면을 빈틈없이 채워 우리를 정원 한가운데 세우죠.
  • 흩뿌린 꽃키 큰 흰 백합과 분홍 장미, 노란 카네이션이 어둠 속에 점점이 떠올라요. 제목 속 노래의 꽃들이 그대로 피어 있죠.
  • 흰옷의 두 아이또래의 두 소녀가 등불에 마음을 쏟느라 우리를 보지 않아요. 그 골똘한 옆얼굴이 장면을 더없이 고요하게 만들죠.

이 빛은 등불에서 오는 걸까요, 아니면 막 사라지려는 하늘에서 오는 걸까요?

도슨트 심화더 깊이 보기 ↓

황혼이 깔리던 코츠월드의 여름

존 싱어 사전트가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885년 여름, 그는 막 파리를 떠나 영국으로 건너온 참이었어요. 1884년에 그린 「마담 X의 초상」이 일으킨 스캔들을 피해서였지요. 그는 코츠월드의 브로드웨이에 있는 판햄 하우스에서, 친구이자 화가인 밀레의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냈어요. 마침 그곳엔 『어린이의 노래 정원』을 쓰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도 머물고 있었는데, 그의 시구가 사전트에게 영감을 주었답니다. 또 그해 9월, 사전트는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하다 나무와 백합 사이에 걸린 등불들을 보았어요. 그 광경이 이 그림의 씨앗이 되었지요.

황혼의 단 몇 분을 좇아

사전트가 담으려 한 건 해 질 녘의 아주 특별한 빛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야외에서, 즉 '플렌 에르'로 이 그림을 그렸지요. 1885년 9월부터 11월까지, 매일 빛이 완벽해지는 단 몇 분 동안만 붓을 들었답니다. 그 짧은 순간을 좇은 덕분에, 화면 전체에는 저녁의 보랏빛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아요.

그런데 여름이 가을로 접어들자 정원의 꽃들이 시들기 시작했어요. 사전트는 시든 꽃을 조화로 바꿔 놓고 작업을 이어 갔지요. 그래도 그해엔 끝내 완성하지 못해, 이듬해 여름 브로드웨이의 밀레 새집에서 다시 붓을 들었고, 1886년 10월 말에야 비로소 그림을 마쳤어요. 그 사이 그는 직사각형 화폭의 왼쪽을 약 61센티미터나 잘라 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다듬기도 했답니다.

두 소녀와 노래에서 온 제목

그림 속 흰옷 입은 두 소녀는 사전트의 친구인 삽화가 프레더릭 바너드의 딸들이에요. 왼쪽이 열한 살 돌리, 오른쪽이 일곱 살 폴리지요. 사전트는 처음엔 다른 아이를 모델로 삼았다가, 등불 빛에 더 어울리는 금발을 위해 이 자매로 바꾸었어요. 화면은 온통 초록 잎으로 가득하고,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전혀 없어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답니다. 분홍 장미와 노란 카네이션, 키 큰 흰 백합이 어우러진 사이로, 우리는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시처럼 아름다운 제목은 당시 유행하던 노래 「그대 목동들이여 내게 말해 주오」의 후렴에서 따왔어요. 조지프 마치니가 지은 이 목가풍의 합창곡은, 꽃의 여신 플로라가 머리에 두른 화관, 곧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를 노래한 구절을 담고 있지요. 1887년 왕립 아카데미 여름 전시에서 이 그림은 '지나치게 프랑스풍'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큰 찬사를 함께 얻었어요. 아카데미 회장이던 프레더릭 레이턴 경이 테이트 갤러리에 매입을 권했고, 결국 그해에 미술관 소장품이 되었답니다. 사전트의 작품이 공공 미술관에 들어간 첫 사례였지요.

관람 포인트

먼저 두 소녀의 손끝, 종이 등불에 불을 밝히는 그 순간에 눈길을 두세요. 어스름 속에서 등불의 따스한 빛이 어떻게 아이들의 흰옷과 얼굴을 어루만지는지 느껴 보는 거예요. 다음으로 화면 전체에 감도는 보랏빛 저녁 기운을 음미해 보세요. 매일 단 몇 분의 황혼만을 좇아 그린 빛이랍니다. 지평선을 찾아보세요. 아무리 찾아도 없지요? 온통 초록 잎과 꽃으로 채워진 화면이, 깊이를 지운 채 우리를 정원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답니다. 마지막으로 백합과 장미, 카네이션을 하나하나 찾아보세요. 노래 속 화관의 꽃들이 바로 우리 눈앞에 피어 있으니까요.

관련 용어
다음 이야기
Madame X (Virginie Amélie Avegno Gautreau)
마담 X의 초상
존 싱어 사전트

어깨끈 하나가 흘러내렸을 때, 살롱 전체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보기 →
비슷한 시대의 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