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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의 승리

The Triumph of Bacchus

디에고 벨라스케스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The Triumph of Bacchus is a painting by Diego Velázquez, now in the Museo del Prado, in Madrid. It is popularly known as Los borrachos or The Drinkers.

도슨트 이야기

술의 신 바쿠스가 한복판에 앉아 있어요. 그런데 그 주변에 사티로스나 님프 대신 17세기 스페인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낡고 닳은 얼굴의 남자들, 헐렁한 일상복 차림의 술꾼들이에요.

벨라스케스는 마드리드에 오기 전 세비야에서 소박한 일상을 그리는 '보데곤' 화가였어요. 필리페 4세의 궁정에 들어간 뒤 왕실 컬렉션의 이탈리아 신화화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두 세계가 이 그림에서 만났어요. 신의 형상은 창백하고 빛나는 피부로 이상화되어 있지만, 그 옆에 무릎 꿇은 남자는 칼과 긴 장화를 갖춘 젊은이이고, 나머지는 도무지 이상화의 흔적이 없는 거친 얼굴들입니다.

그림은 두 영역으로 나뉘어요. 왼쪽은 고전적인 밝은 빛 속 바쿠스, 오른쪽은 카라바조 풍의 키아로스쿠로 속 술꾼들. 바쿠스 발치에는 항아리와 물병이 놓여 있는데, 이 정물은 세비야 시절 그림들에서 쓰던 것들과 꼭 닮아 있어요. 신화화가 갑자기 정물화처럼 바뀌는 순간입니다.

바로크 문학은 바쿠스를 일상의 노예로부터 인간을 잠시 해방시켜주는 신으로 보았어요. 왕을 위해 그려진 이 그림은, 그 해방의 순간을 귀족적으로 이상화하는 대신 거리의 표정 그대로 담았습니다. 고야가 나중에 이 그림을 에칭으로 복제할 만큼, 이 낯선 조합은 오래도록 화가들의 마음을 끌었어요.

이렇게 보세요
  • 빛이 가른 두 편왼쪽 반라의 젊은이는 살결이 희고 환하게 빛나고, 오른쪽 술꾼들은 햇볕에 그은 듯 어둡고 불콰해, 한 화면에서 두 세계가 만나요.
  • 포도 넝쿨 관그 환한 젊은이가 무릎 꿇은 사내의 머리에 초록 포도 잎 관을 씌워 주는 손길이 화면의 한 축이에요.
  • 우리를 보는 눈가운데 모자 쓴 사내가 사발을 든 채 우리 쪽을 빤히 바라보며 씩 웃어, 마치 한잔 권하는 듯하지요.
  • 바닥의 정물앞쪽 땅바닥에 놓인 흙빛 항아리와 유리병이 또렷한 질감으로 그려져, 환한 몸과 대비를 이뤄요.

신화 속 신이라기엔 너무 친근한 이 자리, 당신이라면 어느 자리에 끼어 앉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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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 사이에 앉은 신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고향 세비야를 떠나 마드리드로 올라온 직후, 그러니까 이탈리아로 떠나기 직전인 1620년대 끝 무렵에 그려졌어요. 펠리페 4세를 위해 그린 작품으로, 왕은 이 그림 값으로 100두카트를 치렀다고 전해지지요. 막 궁정 화가가 된 젊은 벨라스케스는 마드리드에서 비로소 왕실이 소장한 이탈리아 거장들의 그림을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그 안에 담긴 누드와 신화의 표현이 그에게 깊은 자극을 주었답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그의 1620년대 그림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아요.

그런데 화면을 보면 좀 의아해져요. 술의 신 바쿠스가 위풍당당한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어느 시골 술자리 한복판에 스스럼없이 앉아 있거든요. 그래서 이 그림은 '술꾼들', 즉 '로스 보라초스'라는 정겨운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린답니다.

빛으로 갈린 두 세계

화면은 가만히 둘로 나뉘어요. 왼쪽에는 환한 빛을 받은 바쿠스가 있어요. 그의 살갗은 둘러앉은 사람들보다 유난히 희고 맑아서, 누가 신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요. 느긋하면서도 어딘가 위엄 있는 그 자세는, 옛 '최후의 심판' 그림 속 상반신을 드러낸 채 앉은 그리스도의 모습을 슬며시 떠올리게 한답니다. 바쿠스와 그 뒤편 인물만이 고전 신화에 어울리는 헐렁한 천을 두르고 있어요.

오른쪽은 전혀 달라요. 빛은 이쪽까지 닿지 않고, 거리의 술꾼들이 짙은 명암 속에 어두운 살빛으로 그려져 있지요. 17세기 스페인 가난한 사람들의 옷차림 그대로예요. 주름지고 거칠어진 얼굴에는 어떤 이상화도 없어요. 다만 신 앞에 무릎 꿇은 젊은 사내만은 칼과 긴 장화를 갖춰 조금 더 말끔하게 차려입었답니다. 바로크 시대 사람들에게 바쿠스는 고단한 일상의 굴레에서 사람을 잠시 풀어 주는 신, 포도주로 시름을 덜어 주는 존재였어요.

신화를 땅으로 끌어내리다

전통적으로 '바쿠스의 개선'이라 하면, 표범이 끄는 수레를 타고 사티로스와 흥겨운 무리를 거느린 화려한 행렬을 그렸어요. 왕실이 소장하던 티치아노의 '바쿠스와 아리아드네'가 그런 상상력 넘치는 변주였지요. 그런 전통을 생각하면, 같은 제목을 이 그림에 붙인 건 거의 짓궂은 농담처럼 느껴진답니다. 벨라스케스는 신화를 사실적으로 다루는 길을 택했고, 이 태도를 이후로도 밀고 나갔어요.

여기에는 카라바조와 리베라의 그림자도 어려 있어요. 신성한 인물을 동시대의 옷차림을 한 평범한 이들과 나란히 두는 방식 말이지요. 신의 발치 땅바닥에 놓인 병과 항아리를 눈여겨보세요. 환한 신의 몸과 대비되어 그 질감이 또렷이 살아나는데, 마치 한 폭의 정물화처럼 보인답니다. 훗날 고야는 1778년 이 그림을 동판화로 옮겼고, 그 판화는 널리 퍼져 마네까지 한 점을 소장했다고 해요.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을 세로로 가르는 빛의 경계를 찾아보세요. 왼쪽 바쿠스의 환한 살결과 오른쪽 술꾼들의 어두운 얼굴이 같은 자리에서 부딪치고 있지요. 다음으로 신 앞에 무릎 꿇은 젊은 사내를 보세요. 포도 넝쿨 관을 받는 그는 둘레의 다른 이들보다 단정하게 차려입었답니다. 발치의 병과 항아리도 놓치지 마세요. 그 정물 같은 디테일이 신의 몸을 한층 도드라지게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바쿠스 왼편의 두 사내가 우리 쪽을 빤히 마주 보는 시선을 느껴 보세요. 350년의 시간을 단숨에 가로지르는 그 눈빛이, 우리를 슬그머니 이 술자리의 일원으로 끌어들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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