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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필 세한도

Sehando

김정희

분류
Paintings
문화권
Korean
지역
동아시아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김정희필 세한도(金正喜筆 歲寒圖)는 조선 말기의 사대부 서화가 완당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지에서 수묵으로만 간략하게 그린 사의체의 문인화이다.

도슨트 이야기

추사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지에서 그린 그림이에요. 가혹한 유배살이 속에서 그는 메마른 붓에 먹을 아껴 가며, 집 한 채와 나무 몇 그루만을 담담히 그렸지요.

화면은 더없이 쓸쓸하고 간결해요. 하지만 그 비움 속에,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형식의 닮음보다 뜻을 그리는 '사의(寫意)'의 정신이지요.

실은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한결같이 챙겨 준 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려 그린 그림이에요. 그래서 이 메마른 화면이 더없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보세요
  • 텅 빈 여백그려진 것보다 비워 둔 자리가 훨씬 넓어요. 그 광활한 빈 종이가 추운 겨울의 적막과 쓸쓸함을 만들어요.
  • 메마른 붓먹을 아낀 까슬한 붓질로 집과 나무를 그렸어요. 물기 없는 선이 화려함을 거부한 선비의 기개를 말없이 전해요.
  • 집과 나무가운데 둥근 창이 난 단출한 집 한 채, 그 곁에 늙은 소나무와 곧은 나무 몇 그루가 짝을 이뤄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이에요.
  • 곁들인 글씨화면 위쪽엔 제목과 도장이, 그림은 길고 나지막한 가로 화면으로 펼쳐져요. 그림과 글씨가 한 호흡으로 이어져요.

이 메마르고 텅 빈 화면이, 왜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라 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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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피어난 그림

이 그림을 그린 추사 김정희는 1786년에 태어나 1856년에 세상을 떠난 조선 말기의 사대부 서화가예요. 그는 청나라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금석학을 깊이 연구한 실학자이자, 마침내 자신만의 글씨인 추사체를 이룬 당대 으뜸의 예술가였지요. 「세한도」는 그런 김정희가 남긴 대표작이랍니다.

이 그림이 태어난 자리는 뜻밖에도 화려한 화실이 아니었어요. 1840년 윤상도 사건에 연루된 김정희는 지위와 권력을 모두 빼앗기고 제주도로 귀양을 가게 되지요. 그리고 그 외딴 유배지에서, 1844년에 오직 수묵만으로 이 한 점을 그렸답니다. 가로 약 69센티미터, 세로 약 23센티미터의 길고 나지막한 화면 위에, 집 한 채와 나무 몇 그루가 담담히 자리 잡고 있어요.

메마른 붓이 전하는 마음

화면은 더없이 쓸쓸하고 간결해요. 한 채의 집을 가운데에 두고, 그 좌우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짝을 이루어 서 있지요. 나머지는 모두 텅 빈 여백이에요. 김정희는 거칠고 메마른 붓질로, 추운 겨울의 스산하면서도 맑은 기운을 화면 가득 풀어냈답니다.

이렇게 인위적인 기교를 일부러 멀리하고, 극도의 절제와 생략으로 그린 그림을 '사의(寫意)'의 문인화라고 해요. 겉모습의 닮음보다 그 속에 담긴 뜻을 그리는 것이지요. 김정희는 메마른 붓과 먹의 짙고 옅음, 간결한 구성만으로 자신의 곧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문인화를 대표하는 한 점으로 높이 평가된답니다.

변치 않는 우정의 증표

「세한도」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뒤에 담긴 사연 때문이에요. 김정희가 외딴 섬에 갇혀 모두에게 잊혀 가던 시절, 역관이던 우선 이상적은 사제 간의 의리를 지켜 두 차례나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주었지요. 김정희는 그 한결같은 인품을, 날이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가장 늦게 시드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빗대어 이 그림을 그려 주었답니다.

화면 끝에는 김정희가 직접 쓴 발문이 붙어 있고, 그 곁에는 그림을 받고 감격한 이상적의 글이 이어져요. 이상적은 이듬해 이 그림을 청나라로 가져가, 명사들의 글까지 받아 두루마리를 길게 늘렸지요. 그 뒤 「세한도」는 130여 년 동안 여러 손을 거쳐 떠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에게 넘어가기도 했어요. 다행히 서예가 소전 손재형의 정성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의 텅 빈 여백부터 눈여겨보세요. 그려진 것보다 비워 둔 자리가 훨씬 넓다는 사실을, 그 비움이 어떻게 추운 겨울의 적막을 자아내는지 느껴 보는 거예요. 다음으로 가운데 집과 좌우의 소나무, 잣나무가 이루는 단정한 대칭을 살펴보세요. 그 간결한 균형 속에 흔들림 없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붓질에도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물기를 머금지 않은 메마른 붓이 만든 까슬한 질감이, 화려함을 거부한 선비의 기개를 말없이 전하지요. 마지막으로 화면 끝에 이어진 발문과 글씨들에 시선을 두어 보세요. 그림과 글이 함께 흐르며, 추운 시절에도 변치 않은 한 우정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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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아니라 글씨로 친 난, 추사가 남긴 마지막 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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