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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

The Roses of Heliogabalus

로렌스 알마 타데마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영어: The Roses of Heliogabalus)는 영국·네덜란드계 화가 로런스 알마타데마 경이 1888년에 그린 유화이다. 이 작품은 젊은 로마 황제 헬리오가발루스(서기 203–222년)가 연회를 여는 장면을 묘사했다. 현재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도슨트 이야기

연회장 천장이 열리면서 분홍빛 장미 꽃잎이 쏟아져 내립니다. 손님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꽃잎 더미에 파묻히고, 황금 비단 로브를 걸친 젊은 황제 헬리오가발루스는 단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이 그림이 묘사하는 사건은 '아우구스투스 역사'라는 고대 기록에서 비롯됐습니다. 황제가 가짜 천장 뒤에 꽃잎을 쌓아 두었다가 손님들을 질식시켰다는 이야기예요. 역사가들은 이것이 실제 사건이 아니라 아마도 지어진 일화일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는 그 허구의 순간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리는 넉 달 내내, 영국에서는 철이 아닌 장미 꽃잎을 남프랑스에서 매주 공수해 직접 관찰하며 작업했습니다. 화면 구석에는 마이나드의 표범 가죽을 두른 여인이 이중 피리를 불고, 배경에는 디오니소스 청동상이 서 있어요. 쾌락과 신화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거지요.

그림은 1888년 영국 왕립아카데미 여름 전시에 출품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알마 타데마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명성은 빠르게 식었고, 1935년에는 단 483기니에 팔렸어요. 1960년 경매에서는 낙찰자도 나오지 않았죠. 그러다 1993년에는 150만 파운드에 거래됐습니다. 황제의 연회처럼, 그림의 운명도 극적인 부침을 겪었던 셈이에요.

이렇게 보세요
  • 쏟아지는 꽃잎화면을 가득 메운 분홍빛 장미 꽃잎이 천장에서 끝없이 쏟아져 내려요.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바닥의 사람들이 거의 파묻혀 가지요.
  • 잠긴 사람들꽃잎 더미 속에 비스듬히 누운 손님들을 보세요. 화관을 쓴 채 나른히 기댄 듯하지만, 차오르는 꽃잎에 옴짝달싹 못하는 위태로움이 숨어 있어요.
  • 무심한 황제화면 뒤편 높은 단상 위, 황금빛 옷에 화관을 쓴 젊은 황제가 이 광경을 느긋이 내려다봐요. 그 무심한 거리감이 서늘함을 더하지요.
  • 배경의 디테일대리석 기둥 곁에서 한 여인이 겹피리를 불고, 멀리 푸른 산과 청동상이 보여요. 작은 소품 하나까지 고대를 되살리려는 화가의 집요함이 깃들어 있어요.
  • 꽃잎 한 장의 결가까이 들여다보면 꽃잎마다 빛깔과 결이 미묘하게 달라요. 실제 장미를 눈앞에 두고 그렸기에 가능한 생생함이지요.

이 장면, 화사한 잔치일까요 아니면 아름다움에 갇혀 가는 함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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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에 파묻혀 죽다

언뜻 보면 이 그림은 더없이 화사한 연회 장면이에요. 분홍빛 장미 꽃잎이 천장에서 끝없이 쏟아져 내리고, 손님들은 그 향기로운 폭우 속에 잠겨 있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요. 손님들은 점점 차오르는 꽃잎 더미에 파묻혀 옴짝달싹 못하고, 그중 누군가는 숨이 막혀 가는 듯하답니다. 화려함과 잔혹함이 한 화면에 겹쳐 있는 셈이지요.

이 장면은 방탕하기로 악명 높던 젊은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 또는 헬리오가발루스의 일화에서 따왔어요. 화면 뒤편 높은 단상 위, 황금빛 비단옷에 보관을 쓴 인물이 바로 그예요. 그는 화환을 두른 손님들 곁에서 이 광경을 느긋이 내려다보고 있지요. 다만 알마 타데마가 참고한 『아우구스투스 황제 열전』의 이 이야기는 실제 사실이라기보다 꾸며 낸 일화에 가깝답니다.

고대를 되살린 화가

알마 타데마는 영국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고대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이듯 정교하게 재현하는 데 비길 데 없는 솜씨를 지녔어요. 이 그림에서도 그 집요함이 빛나지요. 배경의 대리석 기둥 곁에서는 한 여인이 표범 가죽을 두른 채 겹피리를 불고, 그 앞에는 디오니소스의 청동상이 먼 언덕을 배경으로 서 있답니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 고증을 거친 듯한 이 세심함이 화면에 묵직한 사실감을 더해요.

장미에 얽힌 일화도 화가의 완벽주의를 잘 보여 줘요. 영국에서는 장미가 제철이 아니었던 탓에, 알마 타데마는 그림을 그린 넉 달 동안 매주 프랑스 남부에서 신선한 장미 꽃잎을 공수해 받았다고 전해지지요. 그렇게 실물을 눈앞에 두고 한 장 한 장 살핀 끝에, 저 쏟아지는 꽃잎 하나하나가 그토록 생생하게 살아난 거예요. 이 작품은 1888년 존 에어드 경의 주문으로 그려졌고, 같은 해 왕립 아카데미 여름 전시회에 걸렸답니다.

잊혔다가 되살아난 명성

알마 타데마의 명성은 그가 1912년 세상을 떠난 뒤 급격히 시들었어요. 이 그림 역시 부침이 심했지요. 1935년에는 고작 483기니에 팔렸고, 196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아예 낙찰자가 없어 100기니에 도로 거둬들여졌답니다. 한동안 이 화가는 철 지난 취향으로 여겨졌던 거예요.

그 무렵 이 그림을 알아본 이가 있었어요. 텔레비전 프로그램 「몰래 카메라」를 만든 앨런 펀트는 알마 타데마가 외면받던 시절에 그의 작품을 모으던 수집가였지요. 펀트가 재정난으로 작품을 내놓은 뒤, 그림의 값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어요. 1993년에는 무려 150만 파운드에 거래되었답니다. 지금은 한 개인 소장가의 손에 있지만, 2014년 런던에서 한 세기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한 화가의 명성이 어떻게 저물었다가 되살아나는지를, 이 그림의 여정만큼 잘 보여 주는 사례도 드물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을 가득 메운 분홍빛 장미 꽃잎에 빠져 보세요. 한 장 한 장 결과 빛깔이 다른 그 생생함은, 화가가 실제 꽃잎을 눈앞에 두고 그렸기에 가능했답니다. 그다음 그 화사함 아래 깔린 불길함을 찾아보세요. 꽃잎 더미에 잠겨 가는 손님들의 자세를 보면, 이 연회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챌 수 있어요. 시선을 화면 뒤편 높은 단상으로 옮겨, 황금빛 옷에 보관을 쓴 채 이 광경을 무심히 내려다보는 젊은 황제를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배경 구석구석을 살펴보세요. 표범 가죽을 두르고 피리 부는 여인, 디오니소스의 청동상, 멀리 흐릿한 언덕까지, 화가가 고대 세계를 얼마나 집요하게 되살리려 했는지가 그 디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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