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키의 유령
The Ghost of Oyuki
- 분류
- Paintings
- 지역
- 동아시아
- 라이선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The Ghost of Oyuki is a painting of a female yūrei,, by Maruyama Ōkyo (1733–1795), founder of the Maruyama-Shijō school of painting.
다리도 없이 허공에 어렴풋이 떠오른 여인의 유령(유레이)이에요. 희미하게 풀어진 머리칼과 창백한 자태가 서늘하면서도 어딘가 애처롭지요.
화가 마루야마 오쿄가 세상을 떠난 연인을 꿈에서 보고 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이후 수많은 일본 유령 그림의 원형이 된, 마루야마파의 대표작이지요.
- 사라지는 몸 — 얼굴과 어깨는 또렷한데, 흰 기모노 자락은 아래로 갈수록 비단 바탕에 녹아들어 어디서 끝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요.
- 다리가 없다 — 그렇게 발밑이 그려지지 않아, 여인은 땅을 딛지 않고 허공에 어렴풋이 떠 있는 듯 보이지요.
- 풀어진 머리 — 검은 머리칼이 어깨 너머로 힘없이 흘러내려, 살아 있는 사람의 단정함과는 다른 서늘한 기척을 자아내요.
- 숙인 얼굴 —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내리뜬 눈매가, 무섭다기보다 어딘가 쓸쓸하고 애처로워 보이지 않나요.
이 여인은 누군가를 두렵게 하려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한 번만 더 보이고 싶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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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사람을 그리다
마루야마 오쿄가 그린 「오유키의 유령」은, 한 화가가 잃어버린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화폭에 옮긴 그림이에요. 그림에 적힌 글귀에 따르면, 오쿄에게는 도미나가라는 게이샤 집에 정을 둔 여인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여인은 젊은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오쿄는 그 죽음을 오래도록 깊이 슬퍼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떠난 여인의 혼이 꿈속으로 그를 찾아왔어요. 잠에서 깬 뒤에도 그 모습이 머릿속을 좀처럼 떠나지 않자, 오쿄는 끝내 붓을 들어 이 초상을 그렸다고 전해져요. 그러니 이 그림은 사람을 놀래려는 무서운 괴담이 아니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를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던 어느 화가의 애틋한 마음이 빚어낸 작품인 셈이지요. 잃은 사람의 얼굴을 잊지 못해 붓으로나마 곁에 붙들어 두려 한, 그 절절한 마음이 화폭 깊이 배어 있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 폭의 유령 그림이면서, 동시에 떠난 이를 향한 조용한 추모의 초상이기도 해요.
일본 유령의 얼굴을 빚다
오쿄(1733~1795)는 마루야마-시조파라 불리는 화파를 연 인물이에요. 본래 사물을 직접 꼼꼼히 관찰해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능했던 화가였지요. 그런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을 그렸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요.
이 작품은 에도 시대 후기의 유령(유레이)이 지니게 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가장 일찍 보여 준 그림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풀어 헤쳐 흐트러진 머리칼, 흰 기모노, 힘없이 늘어진 손, 거의 비칠 듯 투명한 몸, 그리고 무엇보다 하반신이 없는 형상이지요. 땅을 딛고 선 다리가 없으니, 여인은 허공에 어렴풋이 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한 폭의 그림이 정해 놓은 이 약속들이, 훗날 수없이 많은 일본 유령 그림의 원형이 되었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본 유령의 모습은, 바로 이 작품에서 비롯된 셈이에요.
서늘함과 애처로움 사이
이 그림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까닭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창백하게 풀어진 자태에는 분명 서늘한 기운이 감돌지만, 동시에 어딘가 쓸쓸하고 애처로운 정서가 함께 배어 있지요. 그것은 이 유령이 누군가 두려워하던 존재가 아니라, 화가가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식히면서도 동시에 가만히 어루만지는, 그 묘한 양면이 이 그림의 깊이를 이룬답니다. 사실적인 관찰에 능했던 오쿄가 형체 없는 혼을 이토록 설득력 있게 빚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마음에 또렷이 새겨진 얼굴이었기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처럼 생생하게 불러낼 수 있었던 셈이지요.
관람 포인트
먼저 여인의 발밑을 살펴보세요. 다리가 또렷이 그려지지 않고 아래로 갈수록 스르르 사라지지요? 이 '하반신 없음'이야말로 일본 유령 그림의 핵심 약속이랍니다. 다음으로 풀어 헤쳐진 머리칼과 힘없이 늘어진 손끝을 보세요. 살아 있는 사람의 단정함과는 다른,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기척이 느껴질 거예요. 거의 투명하게 비치는 몸과 흰 기모노의 절제된 빛깔도 눈여겨보세요. 색을 거의 쓰지 않은 그 절제가 오히려 서늘함을 한층 키운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습이 꿈에서 본 연인을 떠올려 그린 것임을 기억하며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무서움 너머로 스며 나오는 애틋함이 보일 거예요.

나팔꽃 사이 뒹구는 통통한 강아지 다섯, 오쿄의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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