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호랑이
Tiger in the Snow
- 분류
- Paintings
- 지역
- 동아시아
- 라이선스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Tiger in the Snow is a hanging scroll (kakemono) painted by Japanese ukiyo-e artist Hokusai in 1849. It is one of the last works he produced in his long and prolific career.
눈발이 흩날리는 하늘을, 호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요. 어딘가 장난스럽고 천진한 표정마저 감돌지요.
《후가쿠 36경》으로 유명한 호쿠사이가, 아흔에 가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그린 만년작이에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던 노대가의 마지막 기운이 담긴 족자 그림이지요.
- 떠 있는 짐승 — 디딜 땅이 그려지지 않아, 호랑이가 눈발 가득한 허공을 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보여요.
- 쳐든 얼굴 — 고개를 위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으르렁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빙긋 웃는 천진한 기색이 감돌지요.
- 물결치는 털 — 곧은 줄무늬가 아니라 구불구불 휘어진 선으로 몸을 그려, 호랑이인데도 용이나 뱀을 떠올리게 해요.
- 눈 인 댓잎 — 양쪽 모서리에서 눈을 인 대나무 잎이 호랑이의 갈라진 발톱과 닮은 모양으로 서로 메아리치듯 호응한답니다.
- 흩날리는 점 — 바탕 가득 번진 흰 점들이 내리는 눈인데, 배경을 일부러 흐릿하게 두어 눈보라의 부옇음이 더 살아나요.
이 호랑이의 표정, 당신 눈에는 웃음으로 보이나요 으르렁거림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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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노대가의 마지막 붓
「설중호」, 곧 눈 속의 호랑이는 우키요에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1849년에 그린 족자(가케모노) 그림이에요. 길고 왕성했던 그의 화업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 작품 가운데 하나이지요.
그림에 남긴 서명이 이 작품의 특별함을 말해 줘요. '범의 달, 닭의 해, 늙은 만지, 그림에 미친 노인, 아흔 살에'라고 적혀 있거든요. 호쿠사이는 스스로를 '그림에 미친 노인'이라 부르길 즐겼답니다. 이 그림은 그가 여든아홉, 서양식으로 헤아려도 그쯤 되는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그려졌어요. 아마도 그의 마지막 그림일 이 한 폭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호쿠사이의 기력이 조금도 시들지 않았음을 조용히 증언하지요. 죽음을 코앞에 둔 노인의 손끝에서, 이토록 생기 넘치는 짐승 한 마리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답니다.
만년의 호쿠사이와 큰 짐승들
생의 끝자락에 이른 호쿠사이는 커다란 고양이과 짐승들을 즐겨 그렸어요. 1842년부터 1843년 사이에는 액운을 물리치는 부적 삼아 날마다 사자(시시)를 한 마리씩 그렸지요. 그는 이 일과를 '닛신조마', 곧 '날마다 하는 액막이'라 불렀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몇 해 동안에는 호랑이가 거듭 돌아오는 주제가 되었어요.
흥미롭게도 그림 속에는 디딜 땅바닥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호랑이는 눈발 가득한 허공을 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요. 눈을 인 대나무 잎사귀들은 호랑이의 발톱과 메아리처럼 서로 호응하고, 털은 물결치는 선으로 그려져 마치 뱀이나 용을 보는 듯 구불구불한 느낌을 자아내요. 호랑이라는 익숙한 짐승을 그렸는데도, 어딘가 다른 세계의 생명체를 보는 듯한 신비로움이 감도는 까닭이지요.
웃는 듯, 으르렁대는 듯
이 호랑이의 표정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혀 왔어요. 어떤 이는 빙긋 웃는 미소라 하고, 어떤 이는 으르렁대는 표정이라 하지요. 다만 짐승 자체는 즐겁고 유쾌해 보이며, '제 모습에 더없이 흡족한' 듯한 기색마저 감돈답니다.
미술사가 나라자키 무네시게는 이 그림을 두고 이렇게 적었어요. '화가의 몸은 야위고 뼈는 나이에 지쳤으나, 그 생각만은 돌진하는 한 마리 호랑이였다'라고요. 늙고 쇠한 몸과 조금도 꺾이지 않은 정신을, 이보다 잘 견주어 보여 주는 말이 또 있을까요. 그림에 찍힌 '백(百)'이라는 도장 또한 장수를 향한 호쿠사이의 오랜 바람을 말없이 일러 준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호랑이의 발밑을 살펴보세요. 디딜 땅이 그려지지 않아, 짐승이 눈 내리는 하늘을 떠다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답니다. 다음으로 털을 그린 선을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곧은 줄무늬가 아니라 물결치듯 구불거려서, 어딘가 용이나 뱀을 떠올리게 하지요. 눈 쌓인 대나무 잎과 호랑이의 발톱이 서로 닮은 모양으로 호응하는 것도 견주어 보세요. 그리고 호랑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표정이 미소인지 으르렁거림인지 스스로 한번 가늠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아흔에 가까운 노화가가 죽음을 몇 달 앞두고 이 활기찬 짐승을 그렸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천진한 호랑이 한 마리에 깃든 노대가의 꺾이지 않는 기운이 한층 또렷이 다가올 거예요.

후지산을 넘어 승천하는 용, 호쿠사이 최후의 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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