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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내림

The Descent from the Cross

로히어르 판 데르베이던

분류
Paintings
지역
서양
라이선스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품 소개

The Descent from the Cross is a panel painting by the Flemish artist Rogier van der Weyden created c. 1435, now in the Museo del Prado, Madrid. The crucified Christ is lowered from the cross, his lifeless body held by Joseph of Arimathea and Nicodemus.

도슨트 이야기

1435년경 로히어르 판 데르베이던은 이 한 작품으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어요. 루뱅의 석궁 길드가 예배당을 위해 주문했는데, 그림 네 귀퉁이에 작은 석궁이 새겨져 있고, 그리스도의 몸이 이루는 곡선도 석궁의 활처럼 당겨진 형태를 하고 있어요.

열 명의 인물이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몸을 둘러싸고 있어요. 장면은 어깨 너비만큼 좁은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있는데, 그 답답함이 오히려 슬픔을 더 짓누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성모 마리아예요. 그녀는 아들이 쓰러지는 바로 그 자세로, 같은 방향으로 몸을 꺾으며 실신하고 있어요. 판 데르베이던이 이 구성을 사용하기 전까지, 성모의 실신은 플랑드르 미술에 전례가 없던 장면이었습니다.

미술사가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이 그림의 눈물을 '가장 강한 감정에서 태어난 빛나는 진주'라 불렀어요. 막달라 마리아는 오른쪽 끝에서 극적인 몸짓으로 얼어붙어 있고, 아리마대의 요셉은 화려한 금직 옷을 입은 채 그리스도의 손과 성모의 손을 시선으로 연결합니다. 그 시선 끝엔 아담의 두개골이 놓여 있어, 구원의 의미를 조용히 완성하죠.

1551년 스페인 궁정 신하가 이 그림을 보고 '이 성에서, 아니 세상 전체에서 가장 훌륭한 그림'이라 적었어요. 400년 뒤 미술사가 수지 내시는 '15세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판 데르베이던이 처음 그어놓은 슬픔의 선들은 그 후 두 세기 동안 유럽 화가들이 끊임없이 인용했습니다.

이렇게 보세요
  • 휘는 몸가운데 그리스도의 창백한 몸이 십자가에서 막 내려지며 활처럼 부드럽게 휘어요. 그 곡선이 화면 전체의 흐름을 끌어가지요.
  • 닮은 두 자세그 아래 푸른 옷의 성모가 똑같이 늘어진 채 쓰러져요. 어머니의 몸이 아들의 자세를 그대로 빼닮아, 두 슬픔이 한 몸처럼 겹쳐요.
  • 붉고 푸르고 흰왼쪽 남자의 새빨간 옷, 성모의 짙푸른 망토, 양옆 인물들의 흰 두건이 좁은 무대 위에서 강렬한 원색으로 부딪쳐요.
  • 바닥의 해골화면 아래, 성모의 손 곁을 보세요. 아담의 해골이 놓여 있어, 옛 아담과 새 아담의 죽음을 한자리에 묶어요.
  • 눈물방울오른쪽 끝, 몸을 극적으로 굽힌 여인의 뺨을 보세요. 또르르 흐르는 눈물방울 하나까지 또렷이 그려져 있답니다.

이 빽빽한 인물들 가운데, 누구의 슬픔이 가장 먼저 당신에게 와닿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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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을 향한 야심작

로히어르 판 데르베이던이 1435년 무렵에 그린 이 제단화는, 한 화가가 작정하고 '걸작'을 만들어 내려 한 결과물이에요. 그는 로베르 캉팽의 공방에서 도제 수업을 막 마친 젊은 화가였는데, 이 그림 한 점으로 국제적인 명성과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되었답니다. 스승 캉팽의 영향이 단단하게 조각한 듯한 표면, 사실적인 얼굴, 붉고 희고 푸른 강렬한 원색에 또렷이 남아 있어요. 작품은 레우번의 석궁 길드가 성 밖 노트르담 예배당을 위해 주문한 것이라, 화가는 그리스도의 몸을 석궁의 T자 모양으로 휘어 그려 그 후원을 슬며시 새겨 넣었지요. 화면 양쪽 귀퉁이의 작은 석궁 장식이 그 증거랍니다.

음악처럼 흐르는 슬픔

이 그림이 당대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어머니 마리아가 기절해 쓰러지는 '성모의 실신' 장면 때문이에요. 신학자들은 이 모습을 '스파시모'라 불렀는데, 마리아의 무너지는 몸이 아들의 자세를 그대로 빼닮은 것이 핵심이지요. 그를 부축하는 두 인물의 자세까지 그리스도를 받쳐 든 이들과 호응해요. 어머니의 슬픔과 아들의 죽음이 한 몸처럼 겹쳐지는 셈이지요. 미술사학자 디르크 더보스는 판 데르베이던이 채색된 실물 크기 부조 조각을 떠올리게 하려 했다고 보았어요. 출렁이는 윤곽선과 서로 기우는 자세들이 다성 음악의 대위법처럼 짜여 있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화면 전체가 멈춘 음악처럼 느껴지지요.

두 세기를 사로잡은 깊이

신기한 건, 이 모든 드라마가 어깨 하나 들어갈까 말까 한 얕은 공간 안에서 벌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런데도 더보스는 이 안에서 다섯 겹의 깊이를 읽어 냈어요. 앞쪽의 성모, 그리스도의 몸, 수염 난 아리마태아 요셉, 십자가, 그리고 사다리 위의 젊은 조수까지요. 미술사학자 로른 캠벨은 이 그림의 열쇠가 세밀한 사실성이 아니라, 일부러 비튼 왜곡으로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보았어요. 사다리는 불가능한 원근으로 놓여 위쪽은 십자가 뒤에, 발치는 십자가 앞에 있고, 화가는 그 어색한 이음매를 성모의 길게 늘인 왼다리와 망토로 슬쩍 가렸지요. 캠벨이 이 화가를 마티스나 《게르니카》의 피카소에 견준 것도 그 때문이에요. 더보스는 이 그림이 십자가에서 내림과 매장 준비, 애도, 무덤에 누임까지 죽음 전후의 모든 단계를 한 화면에 응결시킨 '굳어 버린 종합'이라고 보았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완성되자마자 둘도 없는 걸작으로 꼽혔고, 두 세기 동안 수없이 모사되고 변주되었어요. 1548년 무렵엔 카를 5세의 누이 마리아 폰 외스터라이히에게 넘겨졌는데, 한 스페인 신하는 '온 성에서, 아니 온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그림'이라며 감탄했지요. 이후 펠리페 2세가 물려받아 스페인으로 옮겼고, 1936년 내전 때는 파괴를 피해 발렌시아와 스위스로 피신했다가 프라도로 돌아왔답니다.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 한가운데를 보세요. 아리마태아 요셉이 그리스도의 손과 성모의 손을 잇는 시선의 길을 따라가 보시면, 그 끝 바닥에 놓인 아담의 해골이 보일 거예요. 새 아담과 새 이브, 그리고 옛 아담이 한 시선 안에 묶여 구원의 핵심이 담기지요. 다음으로 사다리 꼭대기의 젊은 조수를 살펴보세요. 그가 든 못 하나는 그려진 나무 액자 앞으로 튀어나오고, 다른 못 끝은 액자 뒤로 숨어 공간의 환영을 일부러 깨뜨려요. 마지막으로 오른쪽 끝 막달라 마리아의 극적으로 굽은 몸을 보세요. 에르빈 파노프스키가 '강렬한 감정에서 태어난 빛나는 진주'라 부른,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도 놓치지 마세요. 지금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걸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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