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The Burial of the Count of Org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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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스페인어: 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은 그리스 출신의 저명한 르네상스 화가, 조각가, 건축가인 엘 그레코가 1586년에 그린 그림이다. 엘 그레코의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당시 지역에서 유행하던 전설을 묘사한다. 이례적으로 큰 그림으로, 위쪽의 천상 부분과 아래쪽의 지상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위아래 부분이 구성적으로 통합되어 나누어진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림의 아래는 땅이고 위는 하늘이에요. 그런데 경계가 흐릿해요. 엘 그레코가 1588년경 완성한 이 거대한 그림은 두 세계를 한 화면에 담으면서도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요.
14세기 스페인에 실제로 전해지는 전설이 있어요. 오르가스 백작 돈 곤살로 루이스 데 톨레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성 스테파노와 성 아우구스티노가 직접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시신을 묻어줬다는 이야기예요. 백작은 평생 교회를 돕고 자선을 베푼 인물이었거든요. 그림 아랫부분에서 두 성인이 갑옷 차림의 시신을 정중히 받쳐 드는 장면이 바로 그 기적이에요.
그런데 두 성인 곁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전설 속 14세기 인물이 아니에요. 엘 그레코와 같은 시대를 살던 톨레도의 실제 귀족들이에요. 화가는 기적의 현장을 자기 시대의 장례 행렬처럼 그려냈어요. 그리고 화면 왼쪽 구석에 어린 소년 하나가 손가락으로 기적을 가리키며 서 있어요. 손수건에 적힌 날짜는 1578년 — 엘 그레코 아들 호르헤 마누엘이 태어난 해예요. 그는 아들을 영원한 기적의 증인으로 그림 속에 남겨두었어요.
하늘로 시선을 올리면, 그리스도와 성모, 세례 요한이 삼각 구도를 이루고 그 주변으로 사도들과 성인들이 가득해요. 아이 모양의 영혼이 천사에게 이끌려 위로 오르는 장면도 있고요. 위아래를 잇는 것은 횃불이고, 시선이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구도예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여행 일기에 이 그림을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그림 중 하나'라고 적어두었다고 해요.
- 두 세계 — 화면을 가로로 보면,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의 머리가 줄지어 선 그 윗선을 경계로 위아래가 갈려요. 아래는 땅, 위는 구름 가득한 하늘이지요.
- 금빛 제의 — 한가운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두 성인이 백작의 시신 위로 몸을 굽혀요. 검은 옷들 사이에서 이 금실 자수가 유난히 도드라져, 엄숙한 의식의 한복판을 알려 주죠.
- 늘어선 얼굴들 — 위쪽 시신을 지켜보는 검은 옷의 인물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어요. 하나하나 또렷한 초상인데, 당대 톨레도 명사들을 그대로 그려 넣은 거랍니다.
- 늘인 형상 — 위쪽 천상의 인물들은 아래와 달리 길쭉하게 늘여졌어요. 일렁이는 회색 구름 사이로 솟은 그 유령 같은 몸들이 위로, 위로 흐르는 듯해요.
- 오르는 영혼 — 경계 한가운데, 천사가 갓난아기 같은 작은 형상을 하늘로 밀어 올려요. 아래의 죽음에서 위의 빛으로 이어지는 길이 거기 나 있죠.
아래의 땅과 위의 하늘,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건 화면 속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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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인이 직접 내려와 묻은 백작
엘 그레코가 1586년에 그린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대작이에요. 이 그림은 14세기 초 톨레도에 전해지던 한 전설을 담고 있어요. 1323년, 오르가스의 영주였던 돈 곤살로 루이스 데 톨레도가 세상을 떠납니다. 신앙이 깊고 자선을 베풀던 이 경건한 기사는, 자신이 묻히기를 바란 산토 토메 성당의 증축과 장식을 위해 큰돈을 남겼다고 해요. 전설에 따르면 그가 묻히던 순간, 성 스테파노와 성 아우구스티노가 하늘에서 몸소 내려와 모든 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손으로 직접 그를 무덤에 안치했다고 전해져요. 엘 그레코는 바로 이 기적을 화폭에 옮겼는데, 이 작품은 산토 토메의 주임 신부 안드레스 누녜스의 주문으로 그려졌고, 계약서에는 그림에 담길 모든 도상이 세세히 적혀 있었답니다.
하늘과 땅, 끊김 없이 하나로
이 거대한 화면은 위쪽 천상계와 아래쪽 지상계로 또렷이 나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둘로 갈라진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아요. 서 있는 인물들, 타오르는 횃불, 십자가 같은 요소들이 위아래를 자연스레 이어 주기 때문이지요. 아래쪽 지상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인 크기와 비례로 펼쳐져요. 황금빛과 붉은 제의를 걸친 두 성인이 백작의 시신 위로 경건히 몸을 굽히고, 검은 상복을 입은 톨레도의 귀족들이 절제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지요. 위쪽 천상에서는 구름이 갈라지며 백작의 영혼을 천국으로 맞아들여요. 흰옷을 입고 빛으로 화한 그리스도를 정점으로, 성모와 세례 요한이 비잔틴 전통의 '데이시스' 삼각 구도를 이룹니다. 그 사이, 천사가 갓 태어난 아기 같은 형상의 영혼을 힘차게 위로 밀어 올리는데, 이는 선행과 성인 공경이 곧 구원으로 이어진다는 반종교개혁의 가르침을 시각적으로 옮긴 것이에요.
톨레도 명사들의 초상 화랑
이 그림이 그려지자마자 톨레도 사람들이 산토 토메로 몰려들었어요. 그 까닭은 놀랍게도, 그림 아래쪽에 당대 톨레도의 저명한 인물들이 생생한 초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에요. 본래 귀족의 장례에 그 고장의 명사들이 참석하던 관습대로, 엘 그레코는 자신의 예술을 알아봐 준 성직자·법률가·시인·학자 들을 화폭에 불멸로 새겨 넣었지요. 그래서 이 그림은 한 편의 '초상 화랑'이기도 해요. 왼쪽의 어린 소년은 화가의 아들 호르헤 마누엘인데, 주머니의 손수건에는 화가의 서명과 함께 아들이 태어난 해인 1578년이 적혀 있어요. 이 소년은 손가락으로 기적의 장면을 가리키며 우리의 시선을 그쪽으로 이끌지요. 화가 자신도 산티아고 기사단 기사의 치켜든 손 바로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답니다. 비잔틴 출신의 엘 그레코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모든 지혜와 기량을 압축해 보였고, 훗날 아인슈타인은 이 그림을 '내가 본 가장 깊은 이미지 중 하나'라 평했어요.
관람 포인트
먼저 화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띠, 곧 검은 상복을 입은 귀족들의 머리가 늘어선 선을 따라가 보세요. 바로 이 선이 천상과 지상을 가르는 경계예요. 그 위와 아래에서 인물들의 비례와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세요. 다음으로 아래쪽, 두 성인의 황금빛·붉은빛 제의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검은 상복 위로 떠오르는 화려한 금실 자수가 엄숙한 의식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화가의 어린 아들과, 백작의 갑옷에 어른거리는 다른 인물들의 색을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위쪽 천상의 일렁이는 구름과, 길게 늘여진 유령 같은 성인들의 형상에 눈길을 주세요.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영혼이 하늘로 끌어올려지는 듯한 영적 황홀경이 보는 이까지 위로 들어 올립니다.

폭풍 속 언덕 위 도시, 건물 위치를 마음대로 옮겨 그린 '영혼의 톨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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